우수(雨水)가 지나 봄기운이 돋아서 그런지 낮 기온이 14도까지 오르면 자전거타기에 춥지 않은 날씨가 찾아왔다.
겨울내 타지 못한 자전거를 꺼내, 정성스럽게 닦고 자전거 캐리어에 자전거 싣고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여정은 지난해 가을에 만끽한 섬진강의 풍경이 다시 눈 앞에 드리워져, 봄을 맞이하는 섬진강을 눈에 담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모든 채비를 갖추고, 약 50분가량을 달려 섬진강 향가유원지에 도착했다. 이제 순창군 장군목까지 왕복 50km의 자전거 여행을 출발한다.

▲ 바닥이 투명해 아찔한 스릴만점, 향가 목교

 향가유원지 도착하면 향가목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교각 위로 현대적으로 설치한 목교가 인상적이다. 향가목교는 일제가 순창?담양?남원지역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철교 교각을 만들었다가 해방으로 인해 철도를 완성하지 못한 채 남아있던 것을 순창군이 2013년에 설치했다.
 어찌보면 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역사적 잔재를 잘 활용해, 지금은 전국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활용한 것이 큰 성과를 거뒀다.
 목교는 차량은 통행할 수 없고 사람과 자전거만 오간다. 중간에 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가 때론 아찔하게 느껴진다.
또한 중간 중간 놓인 자전거 조형물이 목교를 건너는 관광객들의 셀카 찍기 좋은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향가목교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넘어가고, 밤하늘에 어둠이 찾아오는 저녁이다. 저녁이면 목교에 설치된 LED파노라마 불빛이 칠흑같은 어둠속에 다양한 빛을 밤하늘에 수 놓는다. 캠핑장에서 보면 그 아름다움에 취해 꼭 한번씩 이 목교를 걷게 만든다. 저녁에 오지 못한걸 아쉬워 하며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향가터널
 
 향가목교에서 출발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며 일본순사와 농민들이 입구를 지키는 향가터널이 나온다.
순창군이 목교와 함께 일제의 역사적 잔재인 향가터널을 활용, 터널 내부에 다양한 새들을 형상화한 모빌과 각각의 다양한 조형물 등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터널 입구부터 역사적 의미를 담고자 일본 순사와 농민의 과거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터널 내부로 들어가면, 일제시대 강제노역과 수탈을 담은 철제 조형물을 터널 양쪽으로 설치해 과거 우리나라의 힘들었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순창의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터널 벽면을 채우고 있어, 아련한 과거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지난해 왔을때보다 그림파일이 더 늘어난다. 앞으로 196m의 아트블럭을 채운다고 하니 완성되면 진풍경이 될 것 같다.

▲ 섬진강미술관에서 잠깐의 휴식

 30분을 달렸을까. 때마침 체육공원에 유소년 전국대회가 열려 잠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부모들의 열띤 응원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같이 응원에 함께했다.
 잠깐의 외도(?)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지난해 들렀던 미술관에 들를 생각으로 다시 여정을 재촉했다. 2016년에 개관한 섬진강미술관은 순창군 적성면 위치해 지금 박남재 화백님의 그림을 전시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박남재를 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2013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상도 수상해 박 화백이 어떤화가인지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시골마을에 이런 작품들을 항상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다.
 박남재 화백님의 현재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다. 그럼에도 미술관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 화백님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화백님이 출타중이셔서 만나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장군목으로 출발했다.

▲ 기암괴석 가득한 장군목에서 사진 한 컷

 섬진강 물줄기따라 장군목에 놓여진 기암괴석은 매년 보지만 볼 때마다 감탄사를 자아낸다.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장군목은 섬진강의 상류에 천혜의 수석공원으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 관광명소다.
 특히 산자락과 강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빚어낸 섬진강의 풍광은 순창군 동계면 내룡마을의 장군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강폭이 넓고 수심도 비교적 얕아 여름철에는 가족단위 물놀이코스로 제격이며 가을철에는 강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과 산비탈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고 전해진다.
 장군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묘하게 움푹 패인 바위들이다. 진짜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를 비롯해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km 정도 늘어서 있다.
 장군목에 왔다면 요강바위는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다. 워낙 입소문이나 유명하기도 하지만 신기해서다. 가로 2.7m. 세로 4m. 깊이 2m로 무게가 무려 15톤이나 된다. 특히나 바위 가운데 동그랗게 파여 있어 요강바위라고 부르는데 마치 누가 기계로 파놓은 것처럼 정밀해 신기하다.
마지막으로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현수교 위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오늘 여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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