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은 실현이 요원해졌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해 물가상승률 1.5%를 제하면 전년도 실질 GDP 성장률 2.7%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인상률"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은 전적으로 중소영세사업체에 전가시키면서 재벌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지우지 않았다"며 "중소영세사업체들은 원청의 갑질, 본사 수수료, 카드 수수료, 치솟는 임대료가 어려움의 본질이라고 누누이 호소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노총 전북지부는 "2,500만 노동자를 대표해 양극화 해소,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임금근로자들 역시 이번 최저임금이 너무 초라한 인상률을 보이면서 나아지지 않을 월급봉투의 두께를 걱정했다.

전주시 팔복동 1산단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40대 A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안 확정 소식을 보자마자 허탈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최저임금에 맞춰 월급을 산정하는 전형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고작 올해보다 시간당 240원 더 받는다고 뭐가 기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매년 물가는 뻥튀기처럼 오르고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도 갱신되면서 오르는 현 상황에서 결국 월급은 그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익산시 팔봉동 산단에서 일하는 5년차 직장인 30대 B씨 역시 비슷한 상황. B씨는 "지난해부터 회사가 각종 복지혜택들을 축소하고 상여금, 시간외 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시켜버리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내년 최저시급이 동결에 머무르지 않고 오른건 다행이지만 회사가 또 어떤 수당을 없앨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단기근로자들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입장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전주시 고사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C씨는 "일단은 조금이라도 시급이 올라서 조금은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재밋고 좋은데 최저시급이 올라 사장님이 부담을 느껴 나가라고 하진 않을지 불안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며 불안정안 고용상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최저임금 확정안에 대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정직한 성찰 결과 직면한 현실을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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