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동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정체성을 더 잘 가꾸어 나가겠다.”
  김영진,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 집단 사직으로 위기에 빠졌던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준동 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났다. 스스로를 ‘구원투수’에 비유한 이 위원장은 20회를 치른 영화제가 흔들림 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버닝’ ‘생일’ 등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 제작자다. 프로그래머들의 갑작스런 집단 사직으로 공백이 생긴 영화제를 맡은 집행위원장 자리를 ‘공익 근무’로 비유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 때 영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영화진흥위원회 부의원장으로 일하면서 불합리했던 내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진위 부위원장을 마치면서 ‘공익 근무는 끝이다’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는 영화를 제작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영화계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인데 (위원장)제안을 받았을 때는 ‘내가 수습해야하는 구나’ 생각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는 솔직했다. 정체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영화제의 한계도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해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화계에서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는 좋다. 독립, 대안 등 전주국제영화제 방향성도 좋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추상적이다는 반응’도 있다. 그래서 내용이 중요하다. 20회 동안 사회를 다루는 방식이나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 잘 소개해 왔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정체성을 더 잘 가꿔가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하는 분들이 많은데 두 영화제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주보다 5년 앞서 시작했다. 예산도 5배가 많다. 중국과 일본도 따라오지 못하는 아시아 최대 국제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하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전주영화제의 자원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더욱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 소외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다만 이 문제를 전주만이 아닌 우리나라 영화계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며 단기적인 처방이 없는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의 본질적 고민이다. 영화 현장은 오랫동안 서울 중심으로 되어 있다. 영화 지역 분권을 위해 정책적으로 영화 기관 모든 부분을 부산으로 옮기고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을 부산출신이 맡게 했다. 영진위에서 지역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 배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허나 현실적으로 보면 아직도 많은 영화 인력, 시설 등 좋은 플랫폼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전주에서 만들어진 국제영화제, 전주에 활동 기반이 있는 사람이 맡는 게 좋다. 하지만 충분한 인력이 전주에 있는지 고민할 문제다. 그래서 지역 영화인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단기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장기적으로 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노력하겠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 ‘오아시스’와 장준환 감독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이종언 감독의 <생일>을 비롯해 ‘두 번째 사랑’, ‘여행자’, ‘도희야’ 등 독립영화 다수에도 제작자로 참여했다. 현재 나우필름(주)과 파인하우스필름(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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