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관장 신상효)이 소장품 조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綠釉’를 개최한다.

‘녹유’란 도토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유약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첫 유약이다,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진 녹유는 이후 국내로 전해져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되었다.

특히 녹유는 권위와 부의 상징으로 인정 받는데 녹유를 사용한 기와는 왕궁과 왕실 관련 주요 사찰에만 사용됐다. 

지금도 왕의 공간이었던 창덕궁 선정전에서 녹유 기와와 유사한 청기와를 볼 수 있다. 청자가 등장하면서 녹유 도기가 자취를 감추었지만 푸른 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남아, 계속 이어졌다. 현재 대통령 집무처가 푸른 기와집(청와대)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듯 귀한 빛을 담은 푸른 기와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곳이 바로 익산 미륵사다.

미륵사는 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이라는 점에서, 녹유는 미륵사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로, 우리나라 첫 녹유기와인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전모를 처음으로 공개하여 더욱 주목된다. 

전시에는 미륵사지 출토 녹유 서까래 막새를 비롯하여 녹유 뼈항아리(국보 제125호), 녹유 잔과 잔받침(보물 제453호), 사천왕사지 녹유신장상 등 총 177건 2,007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녹유, 미륵사를 물들이다’에서는 우리나라 첫 번째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의 위용을 소개한다. 미륵사는 녹유기와를 최초로 사용한 불교사원이다. 녹유기와는 미륵사 대부분의 건물지에서 1,300여 점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미륵사 전역에 녹유기와를 사용한 것은 사비도성 백제왕궁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으로, 백제 최대 불교사원이었던 익산 미륵사의 높은 위상을 짐작케 한다. 

제2부 ‘녹유, 불국토를 장엄하다’에서는 고대 삼국시대 불교사원에서 사용하였던 녹유문화재들을 전시한다. 불교경전에서는 부처의 정토세계를 ‘유리로 된 땅’이라 묘사하였는데, 불교사원을 빛나는 녹유로 장식한 것이 곧 부처의 정토세계를 구현한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제3부 ‘녹유, 권위와 부의 상징이 되다’는 녹유 그릇과 기와가 출토된 유적의 성격을 통해 주 소비계층의 경향을 살펴보는 주제이다. 녹유는 백제와 신라의 왕경인 부여와 경주를 중심으로 확인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에서도 산성과 분묘 등 지배계층의 공간에서 출토되었다. 녹유로 물들인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당시 지배계층들이 향유했던 고급문화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제4부 ‘우리나라 첫 번째 유약을 만들다’에서는 녹유의 성분과 제작기법에 대해 알아본다. 당진 구룡리, 부여 쌍북리, 경주 손곡동․물천리 유적 등 백제와 신라 가마 유적에서 출토된 녹유 기물과 제작 도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첫 유약인 녹유의 제작법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온라인 전시 콘텐츠로 감상할 수 있다. 3일 특별전의 언론공개회는 온라인 생중계로 열렸으며, 전시 기간 중 담당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온라인 전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흥선 학예연구실장은 “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와 왕궁을 중심으로 한 연구조사와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지금은 비록 오랜 세월이 흘러 귀하고 고운 빛을 잃었지만, 찬란히 빛났을 녹유 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병재기자·김익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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