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주최 2020 전북학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학의 개념과 전북학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또 ‘전북가야’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발제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지역학의 개념과 정립 방안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지역학은 해당 지역에 관한 연구로, 지방화시대를 선도하는 학문이다.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지리ㆍ환경 등 제 분야를 지역의 관점에서 연구하여, 지역 특질을 규명하고, 지역 발전 논리를 모색하며,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제적ㆍ융합적ㆍ종합적 학문인 것이다.

지역학의 필요성은 ‘지방화시대 지역발전의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지방화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이 삶의 주체요 중심이 되어가고 있으며, 중앙의 예속성이 약화되고 지역의 독자성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이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해져, 지역의 특질을 찾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지역학이 지역발전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되었다.

미래 사회는 국가대 국가가 아니라 지역대 지역 구도로 개편될 것이라고 한다. 지역학은 지방화시대에 지역이 독립된 주체가 되어 지역 경쟁력을 갖추어 가기 위한 필수 학문이다.

지역학의 목적은 지역 자원을 찾아내 지역발전에 초석으로 삼고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을 고취시켜 지역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정신 정립 ▲지역공동체 강화와 삶의 질 제고 ▲지역문화콘텐츠와 관광자원 확보 ▲지역경쟁력 강화와 발전전략 모색 ▲국가사의 지역균형 및 문화다양성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학 정립 방안으로 먼저 ‘정립 기본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미래 지향적인 지역학’을 위해 왜 지역학을 하는지 문제의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인문학적 가치와 함께 장기적으로 산업화와 연계 시킬 수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학의 학술적 연구와 지역학의 지역민 공유 문제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 하나는 조례를 제정해 지역학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전북학 발전을 위해 ▲전북지역의 정체성과 전북의 정신 정립 ▲전북인의 자존감과 자긍심 함양, 지역공동체 강화 ▲전북의 역사 바로 세우기, 도민과 바른 지역사 공유 ▲전북의 문화콘텐츠 확보와 문화관광 자원화 ▲전북지역 경쟁력 강화 및 미래 발전 방안 모색등 전북학을 왜 해야 하는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전북지역 실정에 적절한 전북학 연구 확산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전북학 정립과 활성화 방안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2017년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도민의 7.4%가 ‘전북차별’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도민이 열패감을 벗고 미래전북발전에 함께 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전북학이 대두됐다. 전북학 연구의 이론적, 학문적 배경을 마련할 필요성 때문에 지난해 전북연구원에 전북학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 개소에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시사점이 도출됐다. 정체성, 역사성을 토대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지역에 실용적이고 활용적 연구가 돼야 하고 실천적 학문으로 발전하기 위해 지역 정책에 반영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학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전북학 네트워크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글로컬리티의 부상으로 지역 정체성과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지역학, 대학연구소, 학회, 문화원, 한국고전번역원 전주분원 등이 있다. 도내 각 지역학 기관을 아우르는 전북학연구센터가 플랫폼이 되어 연계시켜야 한다.

전북학 대회 개최도 꼭 필요하다. 전북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총체적 학문 집합체로 전북학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또 전북학 연구기관, 대학 등의 네드워크 구축, 협업으로 ‘전북학’으; 정체성을 확보하고 홍보효과도 높이기 위해서다.  지역 대학, 학회, 문화원, 문화재단, 연구기관, 학문후속세대, 시민 등 200여 명의 전문가와 기관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전북학 관련 최고의 종합 학술대회를 지향해야 한다.

연구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전북의 역사, 문화 등 기초자료의 수집 및 정리를 통한 정책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각 시군단위로 조사된 내용을 전북 치원으로 통합하는 연구의 수행 및 전반적 내용 분석과 문화 자원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전북의 정체성 확립 및 총체적 현상 등을 연구하여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전북의 서원, 고지도, 지명, 인물, 문학 등 기본과제를 설정하여 전북학 관련 기초조사를 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대 전북학 관련 시의적절한 주제를 설정하여 정책적 횔용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전북학 관련자료를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전북학 연구진흥을 위한 기본 자료 제공 및 도민이 함께 생산하는 관심형 오픈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끝으로 학문 후속세대 양성, 대중화도 중요하다.

■봉수 왕국 전북가야 현황과 국정과제

<곽장근 군산대 교수>

흔히 봉수란 낮에는 연기와 밤에는 횃불로써 변방의 급박한 소식을 중앙에 알리던 통신제도이다. 봉수는 국가의 존재와 함께 국가의 영역 및 국력을 가장 잘 대변해 준다.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봉수가 함께 학계에 보고된 곳이 전북지역이다. 1500년 전 가야의 봉수 왕국 반파국(伴跛(叛波)國)과 관련된 삼국시대 봉수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 동부지역에서만 학계에 보고됐다. 반파국으로 거론되는 고령, 성주, 함양 가운데 문헌에 따른 유적과 유물이 나온 곳은 장수지역이 유일하다.

남원시와 장수군을 중심으로 임실군·순창군·진안군·무주군·완주군, 충남 금산군
에서 학계에 보고된 가야문화유산을 모두 하나로 묶어 전북 가야라고 이름을 지었다 .전북 가야의 용어에는 학술적인 의미는 아예 없고 가야사 국정과제에 국민들을 초대하기 위한 대중적이고 홍보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다.

전북 가야 문화유산의 분포양상과 그 성격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활발해진 시기는 2017년 가야사 조사 연구 및 정비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이후다.

지금까지 축적된 고고학 자료에 의하면 전북 동부지역은 한마디로 지붕 없는 야외박물관이다. 운봉고원 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2018년 3월 28일 호남지방에서 처음으로 가야 관련 국가 사적 제542호로 지정됐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도 최종 선정됐다. 2019년 10월 1일 장수 동촌리 가야 고분군도 국가 사적 제552호로 지정됐다.

2018년 전북 무주군·완주군에서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던 제철유적과 삼국시대 봉수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전북 동부지역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제철유적은 230여 개소에 달한다. 지금도 전북 동부지역 봉수와 제철유적을 찾고 알리는 정밀 지표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가야시대 봉화는 1500여 년전의 것으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봉수대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봉수가 연결돼 모이는 장수 장계 등에 대한 더 많은 발굴조사가 이어진다면 전북가야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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