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완주생강. 음식으로 맹위를 떨치더니 이젠 찌꺼기를 활용해 한지로 재탄생됐다.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알차고 귀한 음식이다.

▲봉동 생강 부산물, 전통한지로 변신

최근 버려지고 있는 완주 봉동 생강의 껍질 및 생강진액 찌꺼기를 소재로 생강의 특성을 살린 친환경 기능성 한지가 개발됐다.

(사)전주한지문화산업연구소(소장 이유라)가 완주의 농업유산인 봉동생강과 융합한 새로운 완주군 대표 상품 개발 사업을 추진한 것. 이 생강한지의 브랜드는 ‘수생지’로 명명했다. 장수의 수, 생강의 생, 종이의 지의 의미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강한지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생강 부산물 함유 한지의 제조방법’으로 특허 출원을 마쳤다.

연구소는 생강 껍질, 생강진액 찌꺼기, 그리고 생강 줄기 및 잎 등과 한지원료인 닥섬유를 여러 가지 비율로 혼합해 14종의 생강한지를 개발했다.

또한 다양한 천연염료(꼭두서니, 소목, 인도람, 치자, 오배자 등)를 배합해 천연염색 한지 5종까지 제작했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생강한지는 생강 부산물의 함량이 많아질수록 공극의 양이 많아져 우수한 물성(투기도 우수)을 나타내기도 했다. 향후 다양한 색상 구현을 통해 디자인이 가능한 외포장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항균성 83.3%, 탈취성 66%를 지니고 있어 인체에 유해한 세균과 나쁜 냄새 제거 가능성을 보여 인체에 유해한 성분(PCBs, 비소, 납, 포름알데히드, 형광증백제)등의 불검출로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유라 소장은 “완주 봉동에서 버려지고 있는 생강 부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한지 개발은 봉동 생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며 “새로운 제품의 개발 및 판매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한지 개발의 의미를 밝혔다.

▲완주생강이 주목받는 이유

완주생강이 한지로 변신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완주생강이 최고의 품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완주 생강의 저장방식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국가적으로 보전하게 됐다.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와 이를 잘 계승한 후손들 덕분이다.

생강은 고온성 작물로 겨울에 씨종자를 잘 보관했다가 봄에 농사를 시작한다. 섭씨 13도 이하에서는 동해를 입기 때문에 보관이 중요하다. 완주군의 조상들은 온돌식 생강굴로 바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완주 생강 온돌식 저장굴은 고래(방의 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 밑에 생강저장굴을 만들고 고래에 바위를 깔아 아침저녁 음식을 준비하는 화기(火氣)로 고래 바윗돌을 데워서 생강 씨종자를 보관의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이 저장 방식은 한반도에서 고온성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만든 핵심적인 기술이다. 완주의 선조들은 일찍이 온돌식 생강굴을 개발해 생강 농업을 수백 년 동안 지속해왔다. 완주군이 생강 농업의 명산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다.

온돌식 생강굴 못지않게 또 한 가지 선조들이 살고 있는 터전의 땅속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완주생각의 주산지인 봉동은 평야지대로 예전 봉상 지역이다. 국어사전에 봉상생강으로 등재되어 있는 바로 그 봉상이다. 선조들은 땅속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제대로 활용했다. 땅속 특성에 대한 이해는 곧 생강농사와 직결된다.

생강 농사가 시작되는 봄이 되면 고산천의 수량이 많아지고 그것은 곧 심토자갈층을 통해 생강 농사를 짓는 논밭의 토양에 수분을 머금게 한다. 심토자갈층 분석도와 봄이 되면 우물의 수위가 1.5~2m 상승하는 것이다.

선조들은 생강 씨종자를 파종한 후 발아가 되기까지 생강풀을 덮어뒀다. 생강 씨종자가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심층자갈층으로 유입된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하는 동시에 토양을 비옥하게 하면서 생강의 발아 및 생장에 절대적 기여를 하는 것이다.

땅에서 품어 낳은 생강은 자연의 선물이고, 이를 제대로 저장한 것은 지혜의 산물이다. 생강의 부산물까지 이제 한지로 재탄생되며, 생강의 발전이 무궁무진해지고 있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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