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전북도청의 한 부서는 행정 정보공개 자료를 만드느라 홍역을 치렀다.
이 부서는 5년간 민간단체에 집행된 보조금 내역과 정산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받고 꼬박 1주일을 매달려 A4 용지 5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완성했다.

#2. 도내 한 공공기관 역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만드느라 업무 마비를 경험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적 차원을 명분으로 세워 시도 때도 없이 정보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기금 불법지출이나 낭비에 대한 감시 명목으로 정보공개 요구가 잦았다. 처음에는 잘못된 사항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라 여겼지만, 갈수록 정보공개 빈도수가 많아지면서 행정 업무가 마비됐다. 기관 관계자는 “공익차원에서 당연히 자료를 요청하면 자료를 제공하는 게 맞다. 그러나 행정이 마비될 정도로 그 수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민원인의 경우 퇴직한 공무원과 팀을 꾸려 신고포상금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지급된 예산을 신고하면 환수대상이 되면 총액의 1~20%정도 떼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알권리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정보공개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악용 또는 남용되며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전북도가 5일 밝힌 ‘2020년 정보공개 처리현황’에 따르면 도의 경우 모두 4341건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2475건(전부공개 2051건, 부분공개 371건, 비공개 53건)이 처리됐으며, 1866건은 청구자 요청 등으로 취하됐다.

올 들어서도 3월 말까지 총 1266건이 청구된 가운데 580건이 취하 처리됐다.

도와 같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원인 요청에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잖게 나타나 행정력 낭비 등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도는 특정인 또는 공무원에 대한 자료 등의 정보공개 청구가 이 제도의 대표적 악용·남용 사례로 꼽았다.

또 주기적으로 각 과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민간보조 예산 집행내용 등 어마어마한 분량의 수년 치 자료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민감한 사항이 기입된 경우, ‘전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 등 내부적으로 판단해 자료가 제공되는데, 전부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몇 번의 이의신청이 이어진다.

만약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져 본연의 업무 대신 소송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나타나 법적 제제 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 관계자는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감시하고, 바로잡기 위해서 자료요청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일부 민원인들의 과다한 자료요청과 사적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정보공개 청구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행정에서도 노력해야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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