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장

영농철이 시작된 지금, 농업 현장에선 외국 노동자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연로하신 부모나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혼자서 겨우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외국 노동자를 받아 농사일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마을에 이들이 들어와 살면서 외국인 전용 식자재가 판매대에 올랐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런데 농촌에 가보면 외국 노동자 고용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마을의 주민 1700명 중 400명이 불법체류로 농사일을 하고 있었고 어촌 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게 언론에 보도된 실상이다. 지난해 한국인구학회가 조사한 농촌 외국인력 공급현황에서도 대부분 농가에서 미등록 외국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입장에서 단기간 인력을 써야 할 땐 불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었다. 불법체류뿐만 아니라 언어와 영농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통의 문제가 빈번했고 열악한 근무여건과 과도한 노동시간 등 인권에 관한 문제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 노동자가 없으면 당장 농사짓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맘 놓고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 중인 농업 부문 외국 노동자 정책은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로 구분된다. 하지만 대부분 농가는 파종과 수확 등 일감이 집중되는 시기에만 인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 고용허가제와 같이 장기채용을 전제로 한 고용제도는 활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계절성이 강한 농업의 특성을 반영해 계절근로자 제도가 2017년부터 본격 도입됐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계절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일손부족이 심해졌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올 3월부터 국내 체류 중이나 취업을 할 수 없는 외국인이 계절근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시적 취업을 허가했지만,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취업 허용대상이 출국기한 유예처분을 받은 외국인이지만 마지막 근무 사업장이 농축산업과 어업인 근로자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만 근무했던 외국인의 경우 농사일을 꺼리는 경향이 많아 올해 도내 5개 지자체가 신청한 인원이 모두 배정될지 불투명하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계절근로자 또한, 일정 규모가 있는 농가의 얘기일 뿐, 소규모 농가는 농번기 한 달 미만의 단기 일감 대부분을 미등록 근로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현실과 정책의 틈이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지난번에 발표된 정부 대책에도 이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국인 파견근로가 올해 무주군에서 첫 시범사업으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라북도에 농업 외국인력의 공공파견제 도입을 제안한 바도 있지만, 외국인력의 직접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농민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외국인력을 고용하여 인력 수요 농가에 보내주는 공공파견제 도입을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가에서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용허가제로는 단기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근로계약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법적 책임과 숙소 제공 의무 등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공공파견제 사업을 전라북도가 선제적으로 시행해 봄 직하다.

물론 법무부와 고용부, 농식품부 등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농촌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심화할 경우 농업기반과 지역경제가 붕괴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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