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타임캡슐로 알려진 이재난고(頤齋亂藁)와 이재유고(頤齋遺藁)목판 기증식이 지난 30일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고창군은 조선 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고창의 실학자 이재 황윤석(頤齋 黃胤錫, 1729∼1791)의 8대 종손인 황병무씨로부터 ‘이재난고’ 58책과 ‘이재유고’ 목판 100점을 기탁·기증받아 기념행사를 가졌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재난고’는 문중(개인소장)에서 보관해 왔으며, 지난 1984년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11호로 지정된바 있다. 이재 황윤석은 고창 출신의 대실학자로 천문학, 역상학, 역사학, 수학, 언어학, 지리학, 예술, 음악, 종교 등 다방면에 큰 업적을 남긴 조선을 대표하는 백과전서파 실학의 거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난고’는 황윤석이 10살 때부터 63세로 서거하기 이틀 전까지 53년에 걸쳐 작성한 일기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가운데 규모가 가장 방대하며 그 내용도 다양한 분야를 소상하게 기록하여 다른 일기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에 기탁한 자료를 통해 애초 ‘이재난고’는 모두 60책으로 이뤄졌고, 그의 수고본(手稿本, 저자가 손수 쓴 원고로 만든 책) 2책까지 더해 전체가 62책이고, 약530만 자가 넘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일기형식을 빌린 이 사료는 조선후기 정치, 경제, 사회 등 당시의 생활문화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 쌀값, 국밥값, 고기값 등 일용품의 가격과 품질은 물론, 여행 등을 통해 들린 마을 이름과 식물, 광물 등을 한자와 한글로 나란히 적어 놓아 당시 생활사까지 파악할 수 있는 한국 저술사상 최고의 사료(史料)로 보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해 매우 소중한 ‘이재난고’와 ‘이재유고 목판’을 고창군에 기탁·기증하는 큰 결심을 해 주신 후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소중한 유물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잘 보존하고 연구와 활용방안을 마련해 그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표 기록문화재이자 조선시대 문화콘텐츠 보고인 ‘이재난고’를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승격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창군은 고창고인돌박물관 전시실 리모델링 후 기증·기탁한 문화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전시회를 여는 등 사료적 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창=신동일기자·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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