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는 고도의 정밀한 작황예측부터 시작된다

/김준환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근래 몇 년간의 풍년으로 쌀 재고가 쌓이게 되었고 이는 쌀 가격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2019년의 태풍과 2020년의 기나긴 장마와 태풍 등의 이상기상으로 이제는 오히려 생산량의 감소가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2020년 쌀 생산량은 350만 7천톤으로 전년의 374만 4천톤 대비 6.4% 감소했다. 이로 인해 쌀가격 또한 상승하였다.
이런 이상기상에 따른 식량 생산량 변동폭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호주와 미국 서부의 지속적인 산불과 시베리아의 고온 현상, 북미 중부지방의 폭설 등은 식량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기상 이변의 지속은 식량 수급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고 당연히 우리의 식량안보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국가의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작게는 국내의 식량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크게는 외부에서 수입하는 식량에 대해서도 물동량과 가격 급변을 사전에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구매를 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수요와 생산총량 예측이 필수불가결이다.
FAO 등의 국제기구를 비롯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미국농무성에서 자국의 식량생산과 전 세계의 식량 생산 동향을 같이 추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부분에서도 동일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세계적인 곡물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총량을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에서 주요 식량작물인 쌀에 대해서 국내 생산량을 예측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연구적인 측면과 농가 지도 및 가격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생산총량 예측을 하고 있다.

정책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쌀의 총생산량 예측은 정확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예측 결과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예측의 정확성은 당연히 수확시기에 가까울수록 정확하겠지만 이런 경우 예측의 시점이 너무 늦어 정책적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예측 시기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예측 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기상의 변동 등에 따라 정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작황예측 업무는 신뢰성과 신속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한다.
최근 쌀 생산예측에서 보면 통계청의 예측과 농업인 느끼는 예측이 달라 농민단체에서 항의하는 사례가 있는 것을 볼 때, 총생산량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측의 정확성은 재배 품종의 분포, 이앙시기, 기상조건, 병해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복합적인 작용으로 결정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 원인과 조건 등을 고려한 작황예측 시스템 K-RPPS를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하루 단위로 기상조건 변화를 대입하여 벼의 생육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기상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운용에 필요한 인원도 많지 않아 경제적인 장점이 있다.

다만 기상청의 기상대가 존재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예측이 되기 때문에 국지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예측 유관기관 상호 간 자료 및 방법론에 대한 교류와 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지속적인 연구 또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러한 협력과 연구를 통하여 국가 식량안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신뢰성 있는 예측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쌀 생산 농가와 이를 소비하는 국민의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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