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들로부터 소위 ‘갑질’을 당하는 사례들이 많다. 통상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의 순서대로 갑(甲)과 을(乙)로 나누고, 갑과 을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계약당사자를 지칭하던 갑을관계가 대기업과 협력업체, 업주와 종업원, 상사와 부하직원, 고객과 서비스업 종사자, 교수와 제자 등과 같이 지위, 계급의 높고 낮음을 표현하는 용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갑질’은 갑을관계의 ‘갑’에 좋지 않은 행위를 뜻하는 ‘질’을 결합한 것으로 힘이나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부당행위를 지적하는 말이다.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위가 낮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부나 명예나 지위가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부나 명예 그리고 지위를 활용하여 자신의 부, 명예, 지위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비교하지 않아도 충분한 부나 명예, 권력을 가졌음에도 굳이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부가 무엇인지 명예가 무엇인지 권력이나 지위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서 나오는 행동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서 몇 마디 말을 나누어보고 그 사람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속담과 비슷한 것이 ‘웨이터의 법칙(Waiter Rule)’이다. 미국의 방위사업체 CEO ‘빌 스완스’가 정리한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규칙 33가지>에 나오는 말이다. 이 법칙은 웨이터를 대하는 태도에서 사람의 됨됨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사업 파트너이든 친구이든 간에 상대방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무례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니 이러한 사람과는 되도록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실수로 고객의 셔츠에 무언가를 흘렸을 때 고객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타인의 실수에 대해 관대한 사람들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고, 그만큼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은 우리와 연결된 사람이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그리고 우리와 연결된 모든 사람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웨이터를 비롯해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나 부하 직원들에게 험하게 대하는 사람은 인재를 떠나게 할 뿐 아니라, 상황이 바뀌어 누군가 자기보다 아래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게 되면 그에게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다.

16년간 국제선 퍼스트클래스를 담당한 일본의 스튜어디스가 쓴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비리지 않는다>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힘을 모아 크게 성공한 창업자들의 경우 펜을 빌리지도 않고 승무원에게도 작은 배려의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항상 펜을 지니고 있다. 탑승 후 겉옷을 벗어 승무원에게 줄 때 받아서 옷걸이에 걸기 쉽도록 방향을 바꾸어 건네준다는 것이다. 승무원의 잘 못을 지적할 때도 ‘할 말이 있다’고 예고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소통의 기술이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평상시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조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면 분명 당신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사람의 속성에 대한 지각은 대인행동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용인으로서,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대인지각(Person perception)이라고 한다. 사람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하는 일이다. 첫인상이 형성되는 단서는 행동뿐만 아니라 얼굴생김새, 옷차림, 말투 등 비언어적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속담이나 “웨이터의 법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명심해야 할 평범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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