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광역도시간 연합을 통한 ‘메가시티(Megacity)’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는 지난 수십 년간 국가발전전략에서 외면 받아온 전북이 또다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지리적 여건과 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북권과 강원권, 제주권을 하나로 묶는 ‘강소권 메가시티’가 포함된 ‘3+2+3 광역권’ 추진전략을 내놓자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가의 포용성장과 균형발전 측면에서 전주권이 다른 지역과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행정학회가 주최한 ‘2021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전주를 광역시에 준하게 특례를 지정하고, 전북도와 전주 광역권을 메가시티로 발전시켜 국가 균형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일맥상통하다.

▲메가시티 구상, 누적된 역차별 가속화 우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수도권 및 광역도시 쏠림현상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로 승격한 도시들은 해당 권역의 도(道)까지 상생 발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며 빠르게 성장한 반면, 광역시가 없는 도시들의 성장을 저해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광주가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주민 생활권이 다른데도 불구,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묶이면서 정부의 예산 배분과 기관설치 등에서 수많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예산규모를 살펴보면, 전북과 충북, 강원 등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광역시가 있는 광주·전남, 대전·충청·세정 등과 비교하면 2분의 1, 적게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 광역시가 있는 지역은 국가예산 등에서 더 많은 몫을 챙기며 더욱 부자가 되는 동안 전북 등은 갈수록 낙후가 심화됐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부산·울산·경남과 대전·충청·세종, 광주·전남 등 기존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초광역협력사업인 메가시티 구상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권역별 균형 발전을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북 등 광역간 협력이라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지역의 경우 메가시티 논의에서조차 배제되면서 그간 누적돼온 지역간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소멸을 막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제시한 ‘3+2+3 광역권’ 메가시티 전략에서조차 광역시가 없는 전북·제주·강원은 광역적 기반이 없어 실효성이 전혀 없는 강소형 메가시티로 분류됐을 뿐이다.
여기에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를 통해 특례시로 지정된 지자체도 인구 100만 이상인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수도권과 경남권의 4곳뿐인 것도 향후 국가균형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주, 광역시 수준 국가 차원의 지원 다급
국내 행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광역시가 없는 전주권에 대해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를 부여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21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서울행정학회(회장 한인섭)의 2021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연구기관 관계자, 학계, 언론인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분권시대 대도시 제도의 방향 및 입법과정과 규제 개혁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참석자들은 ‘지방분권시대의 대도시 제도 방향의 탐색’ 분과 세션을 통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대도시 특례 부여 등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아 전북대 교수는 전주권 광역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제안은 광역시가 없는 전북·강원·제주 권역의 경우 메가시티 구성을 위해 요구되는 광역도시 기반조차 없는 만큼, 선결조건으로 먼저 전주 또는 전주권에 대한 광역시에 준하는 광역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는 이러한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기존 전북도와 전주 광역권을 묶어서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실질적인 포용적 성장 지원책의 뒷받침을 역설했다.
서정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도시의 유형과 특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지역 특성과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한 대도시 특례 부여 기준 마련을 주장했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 역시 ‘대도시 지정절차에 관한 연구’ 제하의 발표를 통해 중앙정부가 일정 자격을 갖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일괄적으로 특례를 부여하는 현행 방식을 탈피해 자율·다양·합의·책임의 원칙에 기반한 상향식 특례제도로 바꾸자는 것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지역 불균형 고리 악순환 끊어야
행정전문가들의 이 같은 논의는 광역시의 유·무 여부 하나만으로 장기간 누적된 지역간 불균형을 끊어내고, 그간 소외 받았던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역간 통합의 연결고리가 없는 전주권의 경우 외부지원을 통해서만 몸집이 커질 수 있고, 그 몸집을 키워줘야만 다른 지역과 균형을 맞춰 나갈 수 있어서다.
최근 대두되는 지역소멸론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문제만큼이나 광역시가 있는 권역과 광역시가 없는 권역간 시각에서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하며,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전주권 광역화인 셈이다.
전북 등 광역시가 없는 권역에 대해 재정지원 특례 등 광역시에 준하는 국가 차원의 포용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자생적인 성장 발판이 마련돼 그동안 누적된 지역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랜 기간 소외와 역차별을 받아온 전북의 경우 전주를 중심으로 광역시에 준하는 광역화를 이뤄내고, 실질적인 메가시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행정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전·충청권과 광주·전남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수십 년 동안 차별받고 낙후돼온 전북발전을 이끌 수 있고, 장기간 누적된 지역 불균형을 타파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 등 지역 불균형 현상도 완화시켜 균형발전 실현을 앞당기는 묘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국가의 시대가 가고 도시의 시대가 왔다.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전주가 다른 지역과 균형을 맞춰 성장을 하고, 대한민국의 포용성장과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장천기자·kjch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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