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127년 전인 1894년 5월 31일은 동학농민군이 전주성에 입성한 날이다. 동학농민군은 이 승전으로 정부와 집강소 설치와 폐정개혁안 실시 등을 담은 전주화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전주는 아시아 최초로 근대민주주의가 실현됐던 도시가 됐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우리나라 근대 민주주의의 뿌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일인 5월 31일부터 전주화약일인 6월 11일까지를 전주동학농민혁명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전주 곳곳에서 다양한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를 펼친다.

우리 전주시는 소중한 역사와 시민들의 기억을 담아내는 도시라고 자부한다. 시민들의 소중한 추억과 향수에 대한 기억은 물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기억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에 힘을 쏟는 이유다.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해서도 완산도서관과 곤지산 투구봉 일대를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꼬박 2년 전인 2019년 6월 1일에는 일본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안치되면서 125년 만에 편히 잠들 수 있게 했다.

전주는 비단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 안치뿐 아니라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좌익과 우익의 이념 대립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추가 발굴해 영면에 들도록 안치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유해발굴 사업에 본격 착수한 전주시는 1차로 황방산 일대에서 수습된 유해 34개체와 유품 129건을 지난해 7월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했으며, 지난 5월 21일에는 추가로 발견된 유해 44개체와 유품 84건을 엄숙히 안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해매장 추정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주와 연관된 특별한 역사나 사건이 아니더라도 일반시민들의 삶과 그 흔적도 전주의 역사적 자산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전주시는 지난 2019년 인후동 옛 보훈회관 건물을 활용해 전주라는 도시의 기억과 시민의 삶이 담긴 다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주시민기록관을 만들었다. 또 꾸준히 ‘전주 기록물 수집공모전’을 열고 시민들이 간직한 도시의 기억과 기록을 모아 왔다. 평범한 이들의 삶과 도시의 흔적은 그 도시의 정체성이 되고 때론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6월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다. 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우리 국민의 호국·보훈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제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해마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현충일을 기념하고 있다. 또 가장 아픈 역사이자 비극인 6.25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전주시는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은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잘못된 역사도 성찰을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전주를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진 기억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E. H.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또한 ‘역사는 반복된다’라거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