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생태관광지가 있다.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가 바로 그곳이다. 편백나무가 가득한 숲과 참나무, 도토리, 메타세쿼이아까지 다양한 나무들이 반긴다. 고려의 태조 왕건과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개국 설화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임실 성수산으로 떠나보자.

▲‘성수만세’ 임실 성수산

해발 875m, 덕유산에서 회문산으로 뻗어 내린 노령산맥에 자리 잡고 있는 임실 성수산(이하 성수산)은 고려와 조선의 건국설화가 얽혀 있는 명산으로 불린다.

산의 높이가 그렇게 높진 않지만, 계곡이 깊고 숲이 울창하고 전망이 빼어난 게 특징이다. 특히 성수산은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면서 현재는 다양한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임실 성수산의 성수는 ‘임금의 나이’를 뜻한다.

임금이 오래 살기를 비는 말이 성수무강 또는 성수만세다. 백일기도를 끝내고 못에서 목욕하던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하늘로부터 용이 내려와 몸을 씻어 주고 승천했는데 이때 하늘에서 ‘성수만세’라는 소리를 들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본래 성수산이란 이름이 붙은 산은 도내에 3개가 있다. 진안군 진안읍과 백운면과 천천면의 경계에 있는 성수산(1059m)과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에 있는 성수산(482m), 그리고 임실군 성수면의 성수산이다.

일반적으로 이 산들을 ‘진안 성수산’과 ‘임실 성수산’으로 구분 지어 부른다고 한다. 임실 성수산은 북쪽 노령산맥의 최고봉 운장산 줄기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이 산줄기는 다시 동남쪽으로 팔공산, 서남쪽으로는 영태산과 칠봉산으로 이어져 임실, 진안, 장수의 고원지대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다.

원래 임실 성수산은 6·25를 겪으면서 거의 황폐해졌었지만, 지난 64년부터 낙엽송 50만 그루와 향나무 10만 그루 등을 꾸준히 심어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건강한 식생’ 생태휴양지로

현재 성수산은 왕의 숲 생태관광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왕과 함께 생태 숲 트레킹은 편백나무 숲을 지나 상이암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왕건과 이성계의 전설도, 성수산 깃대종인 청실배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성수산의 가장 큰 매력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매우 건강한 식생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 구간 별로 아침맞이길, 야자매트 길 같은 산책로와 편백나무 힐링공간 등 생태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설 등이 친환경적으로 정비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성수산은 청정계곡이 다양하다.

성수산 초입부터 ‘왕의 숲길’로 새 단장되어지는 곳을 지나가다 보면 수변탐방로, 구룡천 생태연못, 편백나무 숲을 만난다. 숲 속에는 참나무는 물론 산뽕, 리기다소나무, 오동 등이 자라고 있다.

편백나무와 함께 여러 종류의 낙엽송이 있다. 특히 수령 50~60년을 자랑하는 편백나무가 성수산 일대에 12만 그루나 자라고 있어, 피톤치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개국 왕들의 이야기’ 상이암

성수산에는 예부터 고려 개국과 조선 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설화의 시작은 신라 말 도선국사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신라 말 도선국사는 이 산을 둘러보고 천자봉조지형이라 탄복해 도선암을 창건, 왕건에게 성수산에서 백일기도를 권했다고 한다.

이에 왕건은 이 곳에서 백일기도 끝에 고려 건국의 계시를 받고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환희담’이라 비에 새겼다. 그 뒤 고려가 쇠퇴의 길을 걷던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섬멸하고 남원에서 전주로 가던 중 무학대사가 이성계를 도선암에 안내하고 이 곳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는데 용이 나타나 자신의 몸을 세 번 씻어주는 꿈을 꾸고 기뻐하며 물과 산과 대지의 기운이 맑은 곳이라는 뜻의 ‘삼청동’이라는 글씨를 새겼다고 한다.

그 후 조선을 건국하는 이성계는 이 곳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해서 도선암을 상이암으로 고쳐 불렀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후 상이암은 의병대장 이석용에 의해 항일운동의 근거지가 되었고, 왜병에 의해 소실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958년 복원됐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4호로 지정된 부도가 있다.

특히 상이암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가 있다.

향로봉이라는 작은 암석 봉우리 아래 비각 안에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계시를 받고 바위에 새긴 ‘삼청동 비’가 그중 하나다.

삼청동비 바로 뒤에 있는 작은 향로봉은 성수산 아홉 골짜기가 뻗어 내려오다 상이암에서 만나는 형세다. 마치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향해 강한 기를 내뿜으며 모여두는 구룡쟁주의 형국과 같고 그 여의주가 바로 향로봉으로 아홉 골짜기에 모인 기를 막아 고이게 한다는 것. 기가 모이는 명당으로 기를 받기 위한 사람들로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어 향로봉 기도바위는 ‘삼청동’ 비각 바로 옆으로 내려가면 몇 계단 내려가 우측으로 올라가면 다다를 수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향해 기를 내뿜는다는 향로봉 기도바위(여의주). 기를 받으면 아담하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상이암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임실 성수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리 높지도 크지도 않은 산이지만, 생동하는 숲 속에서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곳이다.
/글 사진 박세린 시민기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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