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4월. A할머니(80대)는 군산 한 마트에서 만 원짜리 양말 한 켤레를 훔쳐 즉결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할머니는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전과도 없고 고령인 데다, 알츠하이머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상황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A할머니에 대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갖고 피해사실이 경미한 점과 나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훈방을 결정했다.

#2. 지난 2월 치매를 앓던 B할머니(70대)는 익산 한 마트에서 대파(당시 시가 6만9000원)를 훔쳤다가 형사입건됐다. B할머니는 절도사건으로 형사입건이 될 뻔 했지만, 역시 구제받았다. 피해 물품이 회수된 점, 나이가 많은 점, 무직인 점, 동종전과가 없는 점 등이 이유였다.

 

치매를 앓아 범죄행위를 인식 못하거나, 어려운 생활 형편 등으로 경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매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614명이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대상에 올라 596명이 감경처분을 받았다. 연도별로는 2018년 170명 중 168명이, 2019년에는 208명 중 201명이, 2020년에는 236명 중 227명이 법의 혜택을 봤다.

올해 5월까지 개최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서도 69명 중 68명이 감경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란 회복적 경찰활동의 일환으로, 사안이 경미한 형사사건 및 즉결심판사건에 대해 형사처분을 지양하고, 사건의 피해정도·죄질·기타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사입건 된 사건은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이 청구된 사건은 훈방조치로 감경하는 제도다.

전과자를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등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위원회는 통상 경찰 관계자로 이뤄진 내부위원과 변호사·교수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며, 연령, 경미한 피해, 반성 여부, 범죄 경력, 피해 회복 유무 등 사유들을 종합적으로 따져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또 무의미한 전과자 양성을 막기 위해 매월 1회 이상 실시 중에 있다”며 “그 취지에 맞도록 운영될 수 있게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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