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한솔요양병원 비뇨의학과 전문의

진찰실을 들어서는 귀티부인은 정말 귀티가 나는 중년부인이었다. 자녀들도 모두 명문대학에 재학중이라니 행복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진찰을 시작하자 부인은 웬지 수심이 가득하고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편도 모르는 부인의 고민은 자신도 모르게 질금거리는 오줌 때문이란 것이다. 남편 회사 야유회에 참가할 때 마음같아서는 청바지라도 입고 싶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 늘 정장을 입는 것도 바로 이 요실금증상 때문이다. 또 여흥 프로그램으로 달리기를 하거나 풍선터뜨리기 같은 게임을 하게 되면 슬쩍 자리를 피해야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더욱 곤란한 것은 젊은 사원들이 몹시 웃기는데도 마음껏 웃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남의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귀티부인을 좋게 평하면 “매우 얌전한 현모양처”라고 할 것이고 비판적인 사람들은 “차가운 분”이라거나 “척하는 분”이라고 여긴다는 것을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조금만 뛰어도, 크게 웃기만 해도, 재채기만 해도 오줌이 질근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나오니 말이다. 그러니 패드를 해도 바지에 지도가 그려지니 창피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패드를 갈아 주어야 할 시간을 놓치면 오줌이 스타킹을 타고 흘러 내리는 경우가 있어 질겁을 한 적도 있다.

의학용어로 이런 증상을 긴장성요실금이라고 한다. 주로 난산을 한 부인이 요실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귀티부인은 둘째 아기의 무게가 3.8kg이어서 무척 산고를 겪었다는 것이다.

난산을 하면 산도가 늘어지고 소변을 멈추게 하는 요도 괄약근이 약화되어 배뇨 조절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뛰거나 크게 웃거나 재채기를 하게 되면 복압이 높아지고 이 압력이 곧바로 방광에 전해져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오줌을 질금거리게 되는 것이다.

귀티부인뿐만 아니라 이런 여자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50대 이상의 주부 가운데 산파나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출산을 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긴장성 요실금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 비뇨의학의 발달로 이런 고통은 어렵지 않게 없앨 수 있게 됐다. 병을 숨기지 말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게 남몰래겪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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