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은 요즘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푸른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놀이기구, 모래놀이, 트리하우스를 오가며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 때론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몸을 적시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와 선생님들까지 모두 환한 미소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공간이 됐다. 잔디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밧줄을 쳐놓고 ‘출입금지’ 푯말을 걸어둔 여느 잔디밭과는 사뭇 다르다. 이 시청 앞 놀이터가 바로 전주라는 도시가 시민들을 어떻게 존중하는지, 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존중하는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먼저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것은 잔디밭이 아니라 우리 미래인 아이들이다.

전주는 아동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를 넘어서는 놀이터도시를 만들고 있다. 야호 생태숲 놀이터, 야호 책 놀이터, 예술놀이터, 야호학교, 야호 부모교육의 다섯 가지로 된 야호플랜을 가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호플랜은 아이들이 존중받는 도시, 아이들이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이들이 편한 도시는 우리 모두에게 편한 도시이며,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내일을 살아가는 미래세대 모두가 행복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주시 야호플랜의 첫 번째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며 상상력과 모험심을 기를 수 있는 야호 생태숲 놀이터이다. 요즘 놀이터는 처제로 된 미끄럼틀과 시소 등의 단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놀이기구로 정형화돼있다. 바닥도 과거 흙과 모래를 만지며 촉감을 기르던 과거와는 달리 우레탄 탄성고무로 포장된 바닥으로 정형화돼있다. 안전기준이 높아지면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지만 상상력과 모험심을 기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주시는 숲속에 아이들이 모험을 즐기고, 친구들과 협동하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숲속 놀이터를 만들었다. 유아숲체험원과 덕진공원 맘껏숲, 노송광장 트리하우스 등 정형화되지 않은 숲놀이터가 생겼다.

야호플랜의 두 번째는 책 놀이터다.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은 조용하게 앉아 공부만 하는 흡사 독서실이자 때론 고시원 같은 공간이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일부 아동도서 열람실 등을 제외하면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전주시 도서관은 점차 아이들이 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책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중화산동 시립도서관 꽃심에는 12세부터 16세까지 트윈세대가 책을 읽고 함께 놀고 떠들 수 있는 ‘우주로 1216’이 생겼고, 이를 시작으로 평화도서관, 삼천도서관은 개방형 창의도서관 조성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 송천·인후·금암도서관도 변화 중이다.

세 번째 예술놀이터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놀이를 통해 예술을 가깝게 접하며 감수성과 예술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많은 아이들이 폐공장에서 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탈바꿈된 팔복예술공장을 예술놀이터로 이용하고 있다. 네 번째인 야호학교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와 같은 전주형 전환·대안교육 모델로,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꿈을 펼치고 창의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인 야호 부모교육에서는 아이들의 생물학적 부모이자 생애 처음 만나는 멘토인 부모가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나갈지, 또한 아이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아이들이 얼마만큼 행복한가는 곧 시민 개개인의 삶과 도시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전주가 놀이터도시로 나아가는 이유는 오늘을 살아가는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 첫걸음은 바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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