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작물을 다시 심을 수도 없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져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5일부터 3일간 200㎜ 이상의 장맛비가 쏟아진 임실군 신덕면 금정마을.

7일 오전부터 갑자기 거세진 빗줄기로 마을 입구에 위치한 논두렁은 일찌감치 무너져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인근 도로를 타고 내려온 빗물은 논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인근 하천으로 쏟아져 내렸지만, 물이 다 빠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제법 자랐던 모들은 물 위로 드문드문 고개를 내민 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다른 고추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빗줄기가 잦아든 때를 틈타 논밭의 모습을 확인한 주민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꾸준히 비를 뿌리는 하늘을 원망스레 바라봤다.

물이 찬 논두렁을 보던 한 주민은 “이날 오전부터 억수같이 비가 퍼붓더니 산에서 물이 내려오다 못해 이런 꼴이 됐다”며 “작물을 다시 심기에는 어중간한 무렵인데 이런 일을 겪었으니 다들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8시 반쯤 내리기 시작해선 9시가 되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리더라”며 “지금은 빠진 곳도 좀 있지만 둑이 다 내려앉는 등 피해가 크다, 물이나마 빨리 빠져야 약이라도 치고 처리할 수 있을 텐데 계속 비가 와서 어째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마을 안쪽 상황도 심각하긴 매한가지였다. 마을 안쪽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는 밀려온 토사로 안팎이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골목에는 산에서부터 흘러 온 물이 작은 계곡을 이뤘다. 마을을 관통해 지나가는 도랑 옆에 위치한 한 주택의 경우 담벼락까지 일부 무너져 주만들 대다수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복구 작업에 나선 공무원들이 피해내역을 파악하고 중장비 작업을 지시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비로 농작물 등 피해를 입은 것은 비단 금정마을 뿐이 아니다. 인근에 위치한 율치마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마을 인근에 위치한 밭이며 논에는 산에서 흘러나온 흙탕물이 아직까지 빠지지 않은 채 주민들의 애를 태웠다. 부족한 일손에도 불구, 애써 기른 작물들을 적시며 붉은 흙탕물이 곳곳에서 작은 폭포를 이룬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5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해당 지점 인근에는 203.5㎜의 비가 내렸다. 이날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만 142.5㎜에 달한다.

임실군 관계자는 “산에서 계곡을 따라 많은 빗물이 흘러내리며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며 “현재 중장비 등을 투입해서 복구 중인 상태로,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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