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문학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신아출판사의 1층에 위치한 에프 갤러리(대표 권은경)에서 오는 31일까지 문리 개인전 ‘물, 넘쳐흐르다’를 개최한다.

작가가 물의 속성을 탐구하고 해석해서 한국화로 표현한 작품 20점을 전시한다.

물은 변화·선(善)·자유의 상징이다. 물은 넘쳐야 흐르고, 너무 오래 머물면 썩는다. 바위나 돌에 부서지고 높은 벽을 마주하면 잠시 머물러 속을 앓다가 무심하게 돌아간다.

흐르고 흐르다 절벽을 만나면 겁 없이 몸을 내던져 꽃을 피운다. 그래서 폭포를 물꽃이라 한다.

시인 김수영은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그는 폭포를 통해 현실의 부정적 모순과 인간의 나태한 심성을 꼬집었다.

바위나 돌을 만나 휘몰아치는 물,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폭포 등을 표현했다. 격하게 요동치는 물의 변화를 한숨에 뿜어낸 활달한 붓질로 그 기운을 포착하고자 했다.

주재료는 한지나 광목천 위에 먹을 사용했다. 물로 먹을 운용한 수묵화(水墨畵)이다. 광목은 화선지나 한지에 비해 먹 번짐이 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목을 물에 빨고, 말려서 사용했다. 이 과정도 물의 힘에 빚을 진 것이다.

더불어 연철을 망치로 두드리고, 용접해서 폭포를 표현한 조각적인 설치 작품들은 물의 신묘한 변화처럼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성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 한국화의 가치와 매력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전시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미술평론가 조관용은 “그의 수묵은 시간과 공간으로 인해 서로 다르게 형성되어 온 심상들을 물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통해 그 근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라고 평했다.

권은경 대표는 “전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영상과 거침없는 현대 한국화 작품들이 단단하게 조화를 이룬 기획전이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느끼고, 감동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문리는 “전시는 건축공간과 함께 개별적 작품을 선보이는 새로운 창작 행위이다. 그래서 긴장한다. 절벽을 만나도 겁 없이 몸을 던져 꽃을 피우는 물처럼 계속 흘러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리는 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 창작·평론·기획자이다. 파리·서울·대전 등에서 22회 개인전을 했으며, 중국 베이징 쑹좡현대미술문헌관 학술위원이고, 저서로는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이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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