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는 물론 학교, 마을주민이 모두 힘을 합쳐 교육하고 양육하고 키워나간다는 의미다.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지수는 23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로 하위권이다. 그만큼 어른에게 억압받고 생존이 절박해진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문턱은 무엇보다 높고 완고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쩌면 해마다 늘어가는 청소년범죄도 무기력해진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사회의 몫일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주에서도 학교부적응청소년들이 사회의 문턱을 두려워하지 않고 넘을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사업을 준비하는 곳이 있다. 나는길이다공동체(이하 나길공동체)가 그 곳. 이에 나길공동체의 치유걷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인 8월에 앞서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청소년 치유에 나서는지 앞서 보고자 한다.

치유걷기, 쇠이유(Seuil)에서 배운다

프랑스에는 쇠이유라는 비행청소년 교화단체가 있다. 쇠이유는 ‘경계’,‘문턱’이라는 프랑스어다. 청소년 문제에서 문턱을 뛰어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인 편입을 희망하는 차원에서 2000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2,000km에 달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한다.

교정당국은 쇠이유 프로그램을 마치면 청소년들을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당시엔 이같은 교정 방식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청소년의 재범률이 15%로, 통상의 재범률인 85%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쇠이유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청소년은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자기 존엄성을 회복한다.

단 조건이 있다.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과 수행하는 동안에는 음악 듣기, 음주는 절대 금물이라는 점이다. 그 외에는 모든 자유가 주어진다.

쇠이유의 목표는 단순하고 뚜렷하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과의 내적인 사투를 벌이는 것. 어쩌면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여행과 많이 닮아 있다.

걷기 전 ‘어른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우리와 다른 존재’라고 치부했던 그들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3개월동안 걷고, 수많은 순례자들을 만나면서 드라마틱한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처음 출발 때 '내가 왜 걸어야 하냐'며 저항과 거부도 하지만 걷는 동안 조금씩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걷고 나면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못된 애'라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의 목적의식을 못 찾아서 그런 거라고 이해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치유걷기 프로젝트를 위한 나길공동체 결성

나길공동체는 학교부적응 청소년들의 치유를 위해 올해 초 만들어진 단체다. 전주시의 온두레공동체 공모해 선정된 이 단체는 학교부적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활프로그램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나길공동체의 치유걷기는 쇠이유와 닮은 듯하지만, 닮지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닮은 부분이다.

쇠이유의 시작은 지난 1998년 베르나르 올리비에라는 사람이 산티아고 길을 따라 도보 여행을 나서게 되었는데, 그 여정에서 두 명의 벨기에 청소년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의 사정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다. 범죄를 저지른 이 청소년들은 벨기에의 판사와 면담 후 산티아고 길을 따라 긴 여행에 나서게 된 것이며, 이때의 만남으로 쇠이유가 탄생한다.

나길공동체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단체는 아니다. 이 단체의 대표인 문규현 신부는 치유걷기 프로젝트 이전에 이미 뚜벅이순례학교를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도보여행을 수십년동안 해 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운영위원 역시 뚜벅이순례학교를 운영해 왔던 전현직 학교선생님들이 포함되어 있다.

쇠이유와 달리 나길공동체만의 독특한 부분도 있다. 학교부적응 청소년들과의 교감하는 방법이다. 멘토와 멘티로 구성해 상호 조력관계를 유지하지만, 최종 결정은 멘티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멘토와 함께 치유숲을 비롯한 전주천 솔바람길, 한옥마을부터 시작되는 시나브로 길 등 전주명품길 구간은 의무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다.

더불어 멘토와 멘티의 더 깊은 교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들이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치유도시전주를 향한 첫 발

나길공동체가 걷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스로 학습하고 배워나간다는 점에 있다. 학교부적응 청소년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길을 걷는 과정을 통해 마음이 열리고, 구간을 완성하는 성취감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아웃도어 교육이라는 표현으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올 해 학교부적응 청소년과의 치유걷기 진행과 피드백을 통해 보완이 이뤄지면, 쇠이유처럼 일탈청소년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까지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경우 전주의 걷는길에 대한 홍보는 물론 치유를 위해 외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글 사진 윤창영 시민기자(사)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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