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역사 앞에 당당하게

오피니언l승인2021.07.1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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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조선왕조의 본향이자 후백제의 왕도인 전주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전주한옥마을과 구도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전주시는 그동안 시민들의 소중한 추억과 향수에 대한 기억은 물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기억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에 힘을 쏟아 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해방된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에 대한 시선이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되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최근 전주시는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와 전주지역 문화유산 학술조사연구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의 후속 조치로 전주역사박물관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일제강점기 전북 농촌자료 학술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일제강점기 농촌 수탈의 역사를 책으로 발간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수탈의 역사는 비록 전주라는 도시에 남은 상처지만 이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교육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전주는 이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산재한 역사의 그늘,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과거의 흔적을 도시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국가관광거점도시 전주의 거점인 전주한옥마을을 예로 들 수 있다. 한옥 600여 채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전주한옥마을은 지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성안으로 진출해 상권을 확장하자 이에 반발한 전주사람들이 풍남동과 교동 일원에 한옥촌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식 주택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전주한옥마을은 한옥과 한복, 한식 등 한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국가대표 여행지가 됐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항일흔적도 지우지 않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학농민군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완산칠봉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해왔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공간인 ‘녹두관’에는 일본에서 송환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이 동학농민군 지도자는 1906년 일본군에 의해 참수된 뒤 유골이 일본으로 불법 유출됐으며, 지난 1996년 국내로 송환된 이후에도 모실 곳을 정하지 못해 전주역사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도시에 남겨진 다양한 역사적 장소에 대해서도 전주시는 시민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명성황후 시해와 동학농민군 토벌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인 이두황의 묘와 묘비로 향하는 기린봉아파트 진입로에는 단죄비가 세워졌고, 일제강점기 다가교에 세워진 일본 건축양식의 석등에는 안내판도 설치됐다. 반대로 전주시는 일제가 남긴 치욕스러운 역사가 도시의 정체성이 되는 일은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해강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는 폐지됐으며, 일본 미쓰비시 창업자의 호인 ‘동산’에서 유래된 옛 ‘동산동’은 명칭이 주민투표를 거쳐 ‘여의동’으로 바뀌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도시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또한 역사는 반복되고 되풀이된다. 아프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거울삼아 반성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아픈 역사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쳐 피와 땀을 흘렸던 선조들,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내일을 살아갈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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