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풀냄새가 온몸 가득 퍼진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바람과 물과 나무가 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하는 곳. 완주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은 본래 경천면 요동마을이 본이름이다.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 꽃과 나무들, 생태관광을 떠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복수초의 군락지’, 완주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을 만나보자.

▲싱그러움이 가득한 ‘싱그랭이 에코빌’

완주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이하 싱그랭이 에코빌)의 본래 이름은 완주 경천면 요동마을이다.
경천 요동마을은 전주에서 봉동, 고산을 거쳐 대둔산 방향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마을로, 17번 국도를 따라 경천면 소재지를 지나면 만날 수 있다.

특히 ‘싱그랭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흥미로웠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마을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새 짚신으로 갈아 신고 헌 짚신을 걸어두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특히 마을 입구 장승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시무나무가 바로 그 신발걸이라고 전해진다.

싱그랭이 에코빌에 다다르면 우선 마을의 시작을 알려주듯 장승과 솟대들이 인사한다. 옛 선배들이 가장 좋아했던 휴식공간인 찬샘(마을 사람에게는 ‘참삭구덕’이라고 불린다고)은, 절벽 아래 연중 차가운 물이 솟아난다고 해서 지금도 마을 주민들에게는 전용 풀장으로 애용되는 곳이라고 한다. 말없이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고 나면 찾아온 더위도 금세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큰 느티나무가 마을의 터줏대감인 듯 반겨준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을 500년 동안 보호해 온 느티나무로 보호수로 지정, 마을의 비보림 역할을 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청량해지는 기분에 자꾸 앉아있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실제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는 마을의 오랜 세월과 함께해온 상징적인 존재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주민의 안녕을 지켜오고 있는 가치라고 설명한다.
때로는 마을 사람의 휴식공간으로,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마을 사람의 길흉화복을 같이 하는 동반자라고.

요동마을은 화암사 사는 길목에 있어, 예전에는 전주와 금산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원님이나 관아가 행차 시 하루 묵고 가던 기착 마을로 객사가 있었다고 한다.

원님과 수행원들, 장사꾼들,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 마을이었던 것.
이곳은 현재 ㄷ자 대형으로 지난해부터 문을 연 싱그랭이 체험관, 신선정(정자), 휴휴당(숙소), 싱그랭이 콩밭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직접 만나는 야생화 ‘싱그랭이 에코정원’

완주 생태관광은 요동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요동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야생화를 직접 느끼고 싶다면 한눈에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는 ‘싱그랭이 에코정원’으로 가보자.

느티나무를 지나 화암사 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유리온실로 되어 있는 에코정원을 만날 수 있다. 총 150여 종의 야생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복수초’부터 목수국, 댑싸리, 신경초 등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온실에 많은 종류의 화초가 자라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견학과 체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두 개의 온실 중 하나는 씨를 뿌려 키워내는 육묘장으로, 다른 쪽은 전시용 분재와 관상수, 판매용 야생화, 다육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생태관광지인 경천면은 완주의 북쪽 지역으로 자연환경 보전지역에 가까운 곳으로 ‘복수초’의 군락지로 유명한데, 초봄에 복수초 씨앗을 캐어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고심하던 마을 주민들이 씨앗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생태관광지로 방향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숲은 그대로 보존하고 온실을 지어 씨앗을 육묘(배양) 판매를 계획했다고 한다. 에코정원에서는 ‘복수초’를 비롯한 마음에 드는 야생화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숲길 속 이야기 ‘연화공주정원 숲길’

마을 초입부터 에코정원까지 싱그랭이 에코빌을 만끽했다면, 이젠 진짜 ‘생태’를 만나러 가보자. 연화공주정원 에코숲이 바로 그곳. 화암사에 다다르기 전에 만나볼 수 있는 연화공주정원 숲길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딸(연화공주)의 병을 고치지 못해 애가 타던 신라왕의 꿈속에 어느 날, 부처님이 나타나 연꽃을 던져 주었다. 신하들을 시켜 전국을 헤맨 끝에 완주군 운주면 깊은 산봉우리에서 한겨울에 핀 연꽃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이 연꽃을 연화공주에게 먹였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불심이 더 깊어진 왕은 연꽃이 있던 자리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연화공주정원의 숲길은 주차장에서 내려 3분 정도만 걸어도 바로 만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숲길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밀식된 서어나무, 봉삼이라고 부르는 백선, 산수국, 자귀나무 등이 반겨준다. 어디선가 낮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화암사에 다다른다. 화암사. 말 그대로 바위 위에 꽃이 피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생태의 소중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곳. 힐링하고 싶다면, 완주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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