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찻잔에는 ‘옥수’를 담을 수 없다

윤홍식 기자l승인2021.07.1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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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진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

우즈베키스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 코칸트 지방에 난폭한 왕이 있었는데 그는 찻잔 하나를 유독 아꼈다고 한다. 어느 날 왕이 차를 마시다가 찻잔을 떨어뜨려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크게 상심한 왕은 각 지역에 있는 도자기공들을 불어 깨진 잔을 원래대로 만들어 놓으라면서 호통을 쳤다.

왕의 명령에 당황한 도자기공들은 100세가 넘은 장인 ‘우스만’을 찾아갔다. 우스만은 왕을 찾아가 1년의 시간을 요청했고 그 뒤로 복원 작업에 몰두했다. 1년이 지난 후 우스만은 보자기에 싼 찻잔을 들고 왕 앞에 나타났다. 보자기 안에는 완벽하게 복원된 찻잔이 빛을 내고 있었고 왕은 너무도 흡족해했다.

왕과 사람들은 우스만이 어떻게 찻잔을 복원했는지 궁금해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곳엔 깨진 찻잔이 그대로 있었다. 사실 우스만은 1년 동안 깨진 찻잔과 똑같은 찻잔을 만들기 위해서 왕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이다.

우스만은 왕에게 “인생을 살다 보면 깨어진 조각을 붙이는 것보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이로울 때도 있답니다. 깨진 찻잔을 버리지 못하면 때론 날카로운 조각에 손이 벨 수도 있고, 조각을 아무리 잘 붙인다 해도 전처럼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이 찻잔을 자세히 보니, 예전과 똑같지만 크기가 좀 더 커진 것을 발견했다. 성격이 거친 왕은 “결국 우스만도 별수 없었군, 똑같이 만들지는 못 했어”라고 말했다. 이에 우스만은 “차를 따랐던 자국을 보니, 따르는 양이 점점 늘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왕께서 더 큰 잔이 필요하실 거라고 생각하여 잔을 좀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왕은 우스만에게 큰 상을 내렸다.

‘제품이 아니라 상품에서 나오는 혁신’
위 이야기에서 우리는 ‘혁신’의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스만이 원래 찻잔을 그대로 이어 붙였다면, 아마도 왕은 차를 마실 때 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리라. 또한 새로 만든 찻잔이 더 커지지 않았다면, 왕은 새로운 찻잔을 찾으려 도자기공들을 더 닦달 했으리라.

똑같은 찻잔을 복원하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왕이 차를 마시는 행위’를 깊이 고민하여 ‘필요를 찾아 새로운 찻잔’을 만드는 것은 상품을 만드는 혁신의 과정이다.

따라서 창업자가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팔리지 않는 멋진 예술품이 아닌, 고객의 삶에서 필요한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것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몸담고 있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튼다.
달라진 위치와 새로운 시설, 예전에는 담을 수 없었던 창업자 전용 공간까지, 변화와 혁신을 실천해야 할 막중한 사명감이 느껴진다. 누군가 말했다. 물건을 같이 들 때 가벼워지는 것은, 힘을 아껴서가 아니라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책임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감사하게도 우리 센터의 구성원들은 각자 명확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이전이, 깨진 찻잔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닌, 전라북도 창업자들의 필요에 집중하는 새로운 찻잔이 되기를 희망 해 본다.


윤홍식 기자  press1e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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