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 ‘몽연-서동의 꽃’은 엄밀히 말해 뮤지컬은 아니다. 

뮤지컬에서는 노래와 연기 그리고 춤 3박자가 어우러진다.

그런데 ‘몽연-서동의 꽃’ 배우들은 거의 대사를 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가 이야기 전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래와 춤만으로 장면을 꾸며가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한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처음부터 댄스컬(댄스+뮤지컬)을 표방했다. 

춤으로 노래하고, 춤으로 연기하고, 춤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판소리를 접목해 관객들에게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극 중 서동이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괴이한 노래를 만들어 서라벌에 퍼트리는 장면은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 노래를 배경으로 서라벌 곳곳에 서동과 선화공주의 소문이 퍼져가고, 결국 진평왕이 두 사람의 소문을 듣게 되는 과정을 춤으로 풀어내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빛(조명)을 활용한 무대연출과 무용수들의 춤사위는 돋보인다. 

다만, 이야기 구성이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클리셰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시간여행’ 설정이 그렇다.

대사 부재로 이야기 줄기를 찾아내기 어려운 관객들에게 시간여행은 피로감만 줄 뿐,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3일 ‘몽연-서동의 꽃’ 개막공연을 본 지역 문화계 인사는 ”전라북도를 홍보하고자 관이 주도해서 만든 공연인데, 줄거리가 전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보는 내내 답답함이 있었다“며 ”시간여행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려는 시도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부대찌개 공연을 본 것 같다“면서 ”도립국악원이나 전주시립예술단과 견줬을 때, 재단이 어떤 변별력을 갖고 공연을 만들 수 있는지부터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춤과 노래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된 동력인만큼 이야기가 단순하고, 짜임새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몽연-서동의 꽃은 백제 중흥을 꿈꾸던 성왕의 관산성 전투와 죽음, 서동의 탄생과 성장, 선화공주와의 첫 만남,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한 서동의 계책(서동요), 선화와 서동의 사랑 이야기를 ‘시간여행자’의 시선으로 엮어내 더 큰 혼란만 줬다.

잘 알려진 선화공주와 서동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개되는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연결되지 못하면서 설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관객 중 일부는 함께 온 지인이게 극의 전개과정을 물어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의 주된 목적은 관광객 유입에 있다.

무용부터 판소리까지 장르적 융합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자신감이 과연 관광객 유입에 얼마큼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선보인 작품은 소재가 무겁다는 평이 있어서 이번에는 가볍고 경쾌한 공연을 만들었다“며 ”이야기 전달력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지역의 색채를 살릴 수 있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실험적 형식이 가미돼 관광상품으로써 차별화된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몽연-서동의 꽃’은 12월 4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볼 수 있다. 수·목요일은 오후 7시30분, 금·토요일은 오후 3시 공연이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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