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건설 노동자들이 폭염 속 ‘불지옥’을 겪고 있다.

폭염과의 사투와 함께 가뜩이나 일감 없는 시기에 관계당국의 ‘작업 중지’ 조치가 내려지면서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26일 오후 1시 전주시 효자동 한 건설현장.

이날 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치솟고 체감온도는 36~37도에 육박하는 등 한낮 폭염이 절정을 달했다.

하지만 이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인부 4명은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옥외작업을 진행했다. 한눈에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전주 만성동 한 건설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불볕더위와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오후 4시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낮 기온은 34도를 웃돌았다.

한 인부는 더위와 흐르는 땀 탓인지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고, 한 인부는 비치된 생수를 몸과 얼굴에 부었다.

인부 A씨는 “오후 5시까지 일을 끝내야 해서 휴식시간을 오래 가질 수 없다”며 “휴식시간이 그늘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쬐거나 간식시간을 갖는 것인데 사실상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중지가 능사가 아닌 것 같다”면서 “제대로 된 쉼터를 갖추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할 듯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일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하고 건설현장 등에서의 산업재해 가능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더위가 가장 심한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건설현장의 공사를 중지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며 9월까지 무더위 시간대 작업중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실제 이달 2일부터 26일 현재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50명이며, 이 중 건설노동자로 분류돼 병원으로 이송된 자가 3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세 건의 신고된 시간이 각각 오후 3시, 오후 4시, 오후 5시로 정부가 현장 공사를 중지하도록 한 오후 2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9월까지 한낮 더위 시간에 옥외 건설공사 중지를 강력히 지도하겠다”며 “노동자들의 열사병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주의와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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