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선경선 혼탁상이 막장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망령까지 불러왔다. 호남이 다시 중심에 섰고 경선과열 혼탁상은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만을 연출하고 있다.

발단은 이재명경기지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고 이긴다면 역사지만 중요한건 확장력이란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확장력은 곧 호남의 지지만으론 안 된다는 ‘호남불가론’공세의 빌미가 됐고 이낙연전대표는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반발했다. 정세균전총리 역시 “지역적 확장성 운운은 민주당의 노선과 정책에 맞지 않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물론 이 지사는 “지역 이야길 한 적이 없다. 이야기를 지어내서 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녹취록까지 공개하고 가짜뉴스로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하지만 진위여부를 떠나 이지사의 ‘백제불가론’은 백제문화권인 충청권으로 까지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국민의 힘 정진석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봐도 백제, 호남은 단순히 통합의 객체가 아니라 엄연히 한반도 통합세력의 주축이거나 주체였다”며 특히 전주를 뿌리로 한 조선 건국의 역사를 강조하면서 이지사의 백제역사관을 비판했다.

호남후보 약점을 지적한 게 아니고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자신의 본선경쟁력이 크다는 점을 말했을 뿐이라는 이 지사 입장이지만 발언의 저간에 담긴 속뜻이 확대해석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건 분명하다. 그리고 후보 간 비방이나 중상, 반칙 시비가 무차별 적으로 확대되면서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인 상황에서 지역감정 빌미까지 제공한 건 경솔했다.

정책경쟁은 뒷전인 채 흠집 내고 깎아내리기에 혈안 된 싸움도 모자라 또다시 나라를 두 동강 내는 지역감정까지 소환하려는 건 크게 잘못된 일이다. 호남의 표만으론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호남이 없어서도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동안 많은 상처 받은 호남은 이젠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싫어서 역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냉정해지고 있다. 경선에서 골병든 가능성 없는 후보라면 냉정하게 버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 후보들 자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