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로변이나 야산에서 전신주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넝쿨을 흔히 볼 수 있다. 칡은 햇볕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양수(陽樹)이다. 그래서 숲이 우거져 그늘진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칡은 생명력이 강하고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나 햇볕이 드는 곳이라면 전신주나 바위, 나무 등을 가리지 않고 위나 옆으로 뻗어나간다. 생존하기 위해 전신주나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던 전신주나 나무를 뒤덮어 버린다. 결국에는 전신주에 올라간 칡은 정전이나 통신장애를 일으키고 나무를 뒤덮은 칡은 나무를 죽이고야 만다. 그래서 인간은 엄청난 장비와 예산을 투입해서 칡을 제거하고 있다.

칡과 같은 덩굴식물이 있는데 그것은 등나무이다. 등나무는 콩목 콩과 등속에 속하는 나무로 기다란 덩굴이 물체를 감싸면서 성장한다. 등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꽃도 풍성하게 핀다. 때문에 산사태 방지를 위해 고속도로 근처에 심기도 하고, 학교 운동장의 나무그늘이나 대학교 캠퍼스, 공원 등에 많이 심는다.

우리는 칡과 등나무를 가리켜 갈등이라고 부른다. 갈등(葛藤)의 ‘갈(葛)’은 칡을 뜻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칡과 등나무는 둘 다 회전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칡은 다른 대상을 감고 올라 갈 때 시계반대방향인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시계방향인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칡과 등나무를 같이 심으면 서로 꼬이고 얽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만나면 새끼줄처럼 꼬이기만 할 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게 된다. 갈등이 심해지면 다른 대상은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고사하고 만다. 이러한 상태를 빗대어 사용하는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 인간은 서로 모여서 살아간다. 인간이 모여 있는 곳이면 다른 사람과 어떤 형식으로든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의 각 분야에서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특히 국가, 자치단체, 기업, 가정 등과 같이 집단 사이의 목표나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개인이나 집단 간에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갈등은 안 좋은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인 토마스 피터스(Thomas J. Peters)는 갈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업무에 대해 항상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그 중 한사람은 불필요한 사람이다. 다르다는 것, 그래서 갈등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조직의 창조적 생산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토마스 피터스가 이야기하는 갈등의 의미는 같은 방향이나 목표를 바라보지만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와 달리 갈등이 발생할 때 갈등의 원인을  찾으면서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접근 방식은 갈등의 원인이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다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분별하지 못해 발생한다. 누구의 잘 잘못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갈등을 해결하기도 어렵고, 설령 갈등이 해결된다고 해도 감정의 앙금이 남게 된다.

갈등의 원인은 ‘다름’에서 비롯된 것이지 ‘틀림’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다름’은 비교의 대상과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림’은 정당한 기준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르다’고 말해야 하는 것에 ‘틀리다’라고 쉽게 말한다. 또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틀린 것, 나쁜 것으로 평가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상대방은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가 확산되고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스티븐 스캇은 <솔로몬의 부자학 31장>에서 갈등의 원인을 “자존심, 분노, 불쾌한 말, 충동과 반발, 참견” 5가지로 분류하고 있고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도 기술하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지 갈등의 원인을 처벌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논쟁과 갈등은 잘해도 유치한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미련한 짓에 불과하다. 미련한 사람이 어리석은 말을 할 때 그 허점을 지적해야지 그 사람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누가 욕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더라도 그대로 되갚으면 안 된다. 미움은 다툼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준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면 그 사람에게 용서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하고 용서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용서는 제비꽃이 자신을 밟는 발꿈치에 남기는 향기”라고 말한 마크 트웨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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