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석 전북도의회 부의장

유엔인구기금(UNFPA)이 2021년 4월 14일 발간한 2021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와 같은 1.1명으로 198개국 가운데 198위였다.
통계청(5월 26일)은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출생아 수가 70,519명으로 1년 전보다 3,134명(-4.3%) 감소했고, 2015년 12월부터 6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전북의 출생아 수는 2020년 1∼3월 2,139(4.8%)명에서 2021년 1∼3월 2,020(4.3%)명으로 119명이나 감소했고, 혼인 건수는 2020년 1∼3월 1,639건에서 2021년 1∼3월 기간 1,312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19.5%나 급감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의 이행기간이 늘어났고, 대책범주가 확장됐으며, 급여 등의 수준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결국 현행 저출산대책은 인구정책으로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물론 저출산대책에 포함되어 있는 건강한 임신·출산, 보육·돌봄, 일가정 양립, 경제적 부담 경감 등을 위한 각종 지원책들이 이미 출산을 선택한 기혼부부에게는 필수이며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하지만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못하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자유롭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가정생활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일자리와 삶의 공간인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일자리, 급등한 주택가격, 고질적인 자녀 양육 고비용구조 등이 청년들의 선택의 폭을 막고 있다. 고용, 교육, 주택, 자녀양육·돌봄의 사회보장, 양성평등 등 거시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이 끝이 아니다. 고령화와 함께 인구의 자연감소가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 오너스(onus)’가 본격화된다. 인구 절벽으로 노인부양률이 높아지며, 경제 위축과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
노인부양율이 증가하면 빈곤한 노인들에 대응하는 소득보장정책과 장기요양보험제도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청년층을 비롯한 생산가능인구의 부양부담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50살 전후 퇴직, 65살 국민연금 수령까지 소득공백을 막으려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2017년 기준)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65살 이상 비중은 30.9%로 2014년(28.9%)보다 2% 포인트 높아졌다. 마땅한 소득이 없다보니 경제활동인구가 아닌데도 65살 이상 고령자 3명 중 1명꼴로 일터가 필요하다.

고령층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현행 60살 정년을 유지할 경우 멀지 않은 장래에 인구의 절반은 은퇴자들로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년이 적정 연령까지 연장되면 소득보장정책이나 장기요양제도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근로소득에 따른 사회보험 기여금 등으로 청년세대나 생산가능인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정년연장이 마치 청년세대의 일자리만을 축소시킨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지극히 단편적 사고이며 청년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한 입장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노인 세대의 소득보장, 건강보장, 사회참여에 목표를 둔 노인일자리 사업의 양적 확대, 노인의 전문성에 기반한 일자리의 질적 개선 등은 청년세대와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대여섯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회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의 주요 수단 중 하나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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