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설 국립 축산과학원 GSP종축사업단장

올해는 장마가 지각을 했다. 40여년 만에 찾아온 지각장마로 인해 그나마 초복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보낸 듯하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장마가 물러난 후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더위가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 “또 왔습니다!” 하면서 마당에 버티고 설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나 어쩌겠는가. 쫒아 낼 수도 없고 달래서 함께 지내다가 때 되면 돌려보내는 수밖에...
다만,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삼복더위 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관계자들을 생각하면 감사함과 동시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무더운 여름철이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인 복(伏)달임으로 몸을 보양하였다.

삼복(三伏)에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가 더위를 이겼는데 복놀이라고 한다.
삼복(三伏)이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 가장 더운 시기로, 여름 절기인 하지(夏至)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육십갑자 중에서 경자가 들어가는 날)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立秋)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하는데 이 시기가 가장 무더워 몹시 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 부르기도 한다.

복달임은 주로 허해진 기운을 보양식을 먹음으로써 더위를 물리치는데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 개장국, 삼계탕, 팥죽이었다.
요즈음은 복날에 가장 즐겨먹는 음식은 삼계탕인데 예전에는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삼계탕은 닭국과 백숙에서 발전된 음식으로 1960년대 이후 인삼의 보양성이 강조되면서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생후 6개월까지의 닭)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연계 백숙(軟鷄白熟)이라 하며 연계 백숙에 인삼을 더하면 계삼탕, 즉 삼계탕인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닭고기는 따뜻한 성질로 오장을 안정시켜주고 몸의 저항력을 키워준다고 하였다.
연계 백숙으로 쓰이는 식재료는 우리 땅에서 낳아 기른 토종닭이다. 국립축산과학원, 한협원종, 소래축산에서 토종닭 씨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골든시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토종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종자 주권과 생물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보존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재료를 생산해야 국민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오래된 구호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토불이(身土不二)와 상부상조(相扶相助)의 마음으로 우리 농축산물을 소비해서 농가도 돕고, 탄소 발자국을 줄여 기후변화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모쪼록, 코로나19와 무더위로 힘든 한여름에 삼계탕 한 그릇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삼복을 물리쳐 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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