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몇 시간 전에 소주 딱 한 잔 마셨어요”.

지난 20일 오후 10시께 전주세무서 인근 골목에서는 때 아닌 하소연이 한창이었다. 음주 단속 현장을 목격한 운전자가 저 멀리 차를 세우고 눈치를 보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 눈에 포착된 것이다. 재빠르게 달려간 경찰관 손에 차량은 결국 덜미를 잡혔다. ‘단 한 잔 마셨다’던 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훈방에 해당하는 0.003%였다.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께에는 도로 입구서 단속현장을 목격하고 세무서 안 주차장으로 진입해 도주하려던 차량이 발견됐다.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 손에 속수무책으로 붙들린 이 남성은 그리 좋지 못한 표정으로 양 편에 경찰관을 둔 채 혈중 알코올농도 검사에 응해야했다. 측정 결과 이 남성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48%로 드러났다.

이날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단속 현장을 보고 멈추거나, 골목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며 “최대한 소재를 파악하려 노력하는데, 무엇보다 이들이 운전 도중 추가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전주완산경찰서가 이날 오후 9시부터 음주운전 일제단속에 나서면서 펼쳐진 풍경이다.

전주세무서 안쪽 사거리에 자리를 잡은 단속 경찰관 4명은 ‘음주 단속’ 팻말과 경광등 등을 배치하며 단속 현장임을 알렸다. 인근 도로에 들어 선 차량들은 차례차례 줄을 서 경찰관들 앞을 통과해 지나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진입하는 차들이 많다보니 길목에는 이따금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불지 마시고요, 그냥 가만히 있으시면 됩니다” 하는 경찰관의 안내와 함께 창 안쪽으로 비접촉 감지기가 들이밀었다. 도입 수개월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를 본 사람들은 감지기를 불려 들거나,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일부 차량에서는 워셔액이나 손소독제, 혹은 동승자가 호흡하며 나온 알코올 성분 등으로 인해 감지기가 울리면서 재검사가 이뤄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단속은 자정까지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단속결과, 앞선 두 사람 이외에 이날 현장에서는 더 이상의 음주운전 차량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단속에 나섰던 한상득 전주완산경찰서 교통관리 4팀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시로 음주 단속에 나서는 것은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술을 마신 뒤에는 절대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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