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핀란드 교육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있는 인구 550만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선진화된 교육복지시스템을 갖춘 국가이다. 보편적 교육복지정책이 실시되고 있어 모든 국민은 언제나 원하는 때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는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인 PISA 평가에서 4회 연속 세계 1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교육제도, 국가경쟁력 등 교육의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선진국이다. 핀란드 교육은 우리 전북 혁신교육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나는 수년 전 전북교육청의 교육정책연구소장으로, 또한 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핀란드 학교현장을 두 번 방문했었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이에 따른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 가능성을 믿으면서 학생들 간 차이를 존중하며,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핀란드 교육의 밑바탕에 교사의 리더십과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있고, 또한 교사가 신념과 책임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풍토가 전북의 학교 현장에 정착될 때 10여년간 추진해온 전북의 혁신교육도 완성될 수 있다. 나는 핀란드 교육을 보며 우리 전북의 혁신교육 완성을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해 본다.
첫째,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 업무 경감 차원을 뛰어 넘어 학교의 모든 체제, 구조, 문화를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전교육, 인성교육, 다문화교육 등 그 어떤 교육사업도 수업과 생활지도의 범위 안에서 다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도 지속적인 연구와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학교자치가 내실화 되어야 한다. 단위학교가 학교의 재정이나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등에 대해 일체의 자율권을 갖고 교육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각종 교육정책이나 사업도 교육부나 교육청의 계획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가 형편에 따라 적용, 응용, 변형시켜 그 학교의 교육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교장은 교사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율적 리더로 만드는, 이른 바 수퍼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교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교장 선출보직제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 도교육청을 슬림화하여 각종 사업을 줄이고, 각 시군 교육지원청을 교사가 교육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지원센터로 기능전환 해야 한다.
나는 전북혁신교육의 설계자였고, 이를 완성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느낀다. 혁신교육이 현장에서 누구나 당연시 하는 하나의 학교문화로 정착되어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야 한다. 혁신교육의 모티브였던 핀란드 교육이 학교현장에 정착되어 전북 혁신교육이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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