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덕 작가의 수필집 '사막으로 가는 배(수필과비평사)'는 작가가 지금까지 지탱해 온 삶의 언저리에서 찾은 글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자에게 가식 없이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체험한 바를 짚어보며 성찰하는 삶을 그려내는데, 복잡하지 않고 단출하게 써 내려간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소재이지만, 솔직하게 엮어낸 이야기에는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수필을 직접 쓰게 된 이유는 사소하다.  

직장에 근무하던 당시, 지방지 기지가 낸 오보에 억울한 마음을 상사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상사는 기자와의 갈등을 꺼려했다. 작가는 '붓이 칼보다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에 등록한다.

본인의 경험과 감정을 그대로 진솔한 문체로 풀어낸 ‘나의 수필쓰기’는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코로나 시국 모녀의 대화를 간결하게 쓴 ‘생활의 변화’도 읽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든다. 큰딸은 어머니인 박귀덕 작가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이유는 코로나 방역 업무를 하는 큰딸의 파트너가 최근 감염자가 다녀간 곳을 소독했고 혹시 불안한 마음에 엄마도 외출을 하지 말라는 것. 

큰딸의 요청에 어머니 박귀덕 작가는 딸에게 몸조심하라고 재차 당부한다. 

일상적인 통화내용이지만, 그 안에 코로나19로 변해버린 현재의 모습부터 딸이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평범하게 그려진다. 

‘백두산에서 만난 나무에서’는 어떤가.

삶을 성찰하는 작가의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항상 이방인이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직장 일에 얽매여 가족들에게 소홀했다. 주부와 엄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항상 부족한 엄모라 살았다. 갑자기 비라도 오는 날이면 엄마가 가져다주는 우산을 쓰고 나란히 교문을 빠져나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를 그리워했을 아이들, 아이들이 심심해할 때 놀이상대가 될 수 없었던 엄마였다. 진로 결정에도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상담에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없어 고독했을 아이들(중략)”

소박하고 인간적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작가의 이야기에는 어딘지 모를 따뜻함과 애잔함이 서려있다.

박귀덕은 항상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이러한 과정 속 내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뿐 만 아니다. 가슴 아픈 회한은 인내하며 참아내는 태도까지 보여준다. 

수필집 ‘사막으로 가는 배’안에서 한 인간의 삶과 작가로써의 생활, 그가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작은 이야기이 '박귀덕'이라는 인물을 단편적으로 보여줘, 만나보지 않았음에도 만났던 사람같은 기시감을 제공한다.  

이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에 공감하며 여유로운 주말 오후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박귀덕 작가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행촌수필 회장, 전북수필 회장,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북지부장을 역임했다.

수필집으로는 ‘삶의 빛, 사랑의 숨결’, ‘잃어버린 풍경이 말을 건네오다’등이 있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