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모(32)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만 보면 속상한 마음이 든다. 좋아하는 놀이공원에라도 한 번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오를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을 저어하다 보니 벌써 수개월째 이렇다 할 외출도 하지 못했다. 바깥 구경 한 번 잘못했다 행여 자가격리라도 될까 꺼림칙한 마음도 있어,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선 개인적인 나들이를 되도록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지치고 피곤한 기분부터 든다는 것이 윤 씨의 설명이다.
윤 씨는 “벌써 몇 번째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건지 모르겠다”며 “자영업자분들은 우리보다 힘들텐데 하고 참는 것도 참는 것인데 자꾸 나돌아다닌 사람들 탓에 확산세가 진정되질 않는 걸 보면 화도 난다”고 푸념했다.
#2. 전주에 사는 이모(26)씨는 최근 밤 산책을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가까운 대학 교정을 잠시 찾았다가 벤치에 모여 부어라 마셔라 음주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하면서다. 이 씨는 “이번 여름 휴가조차 꼬박 집에서 보냈는데 누구는 늦은 시간까지 그러고 놀고 있으니 원망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며 “바깥에서까지 모여서 노는 사람들에 대해 제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 거리두기가 내려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하는 한편 “차라리 아주 단계를 높여서 단기간에 꽉 잡아버리거나 이렇게 방역수칙을 어기고 모이는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제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현행 거리두기 단계가 거듭 연장되며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속 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수개월째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며 이제는 한계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형편이다.
중화산동 한 식당 주인은 “이제는 거리두기가 끝날 거라는 생각도 접었다. 어차피 단계가 내려가 봐야 곧 다시 올라갈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거리두기와 관련해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런 감염병은 필연적으로 사람 간 접촉이 발생하면 퍼지게 되어있다. 다만 사람들 개개인의 움직임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만큼 각자 경각심을 가지고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김수현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