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기다림의 연속

오피니언l승인2021.08.30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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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수많은 선택과 기다림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다.”라고 말한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처럼 말이다. 아주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인생에 다시없는 중요한 선택까지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는 무엇부터 시작할 것이지,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점심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선뜻 그 기준을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다.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느낌이 좋아서와 같이 감성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아예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수많은 일들 중에는 후회되는 선택도 있을 수 있고, 다시 동일한 문제를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경우도 있다.

우리가 선택한 일들은 바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든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던 시절에는 집을 드나들 때 계단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난 이후에는 계단으로 오르고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빠르고 편하게 오르고 내려주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구태여 계단으로 오르고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몇 초에서 몇 분의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이 짧은 기다림도 참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빠른 변화의 속도에 익숙해 있다. 영국과 유렵을 비롯한 미국 등 선진국은 250여 년간에 걸쳐 사회의 변화과정을 거쳤는데 우리 사회는 40년 만에 선진국과 같은 사회의 변화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선진국의 시행착오 과정을 피하면서 검증된 길을 선택해 왔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 우리는 기다림보다는 빠름과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렸고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빠름(속도)이다. 현대사회의 빠름에 대해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이제 지구촌은 강자와 약자 대신에 빠른 자와 느린 자로 구분될 것이다. 빠른 자는 승리하고, 느린 자는 패배한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 속도가 조금만 느려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사진도 즉석에서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조급증에 걸려있다. 점원도 계산대도 없는 무인매장에서 물건을 골라 나오면서 앱으로 결제하는 세상이다. 빠름과 편리함은 있지만 일자리는 없다. 비대면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트렌드가 급속하게 퍼지는 이유는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이 크기도 하지만 현대인이 요구하는 빠름과 편리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빨라야 승리하고 느림은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기다림은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빠름이 주는 편리함으로 인해 느림과 기다림이 주는 행복과 즐거움이 사라져가고 있다.

기다림은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다림을 피해갈 수 없다. 산모는 10개월의 잉태기간을 거쳐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아이가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떼고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나무가 재목으로 쓰이려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 베토벤은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 열두 번 이상 다시 썼다고 한다. 한 숟가락의 꿀은 꿀벌이 4천 2백번이나 꽃을 왕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양이다. 기다림은 낭비의 시간이 아니다. 일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기다림이 명품과 명작을 만든다. 기다림은 사랑을 단련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인생은 선택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음식을 주문한 후 기다리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장시간 노력한 후 그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도 기다리지 못해 일을 그르쳐버리기도 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고도 그 결과를 끝없이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기다려야 할지, 기다림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이 또한 선택이고 그 결과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선택을 위한 고민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주고, 기다림의 시간은 사람을 성숙시켜준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다. 물질과 명예를 얻고자 한 선택과 노력에서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새로운 삶의 의미가 보인다. 선택과 노력에 대한 결과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지혜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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