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식 바비큐가 인기라는 뉴스가 간간이 들린다. 의외로 한국식 바비큐는 버라이어티하다. 고기 굽기는 먹는 사람의 취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고기를 익히는 정도를 위시해 자르는 크기, 어떤 소스에 찍어 먹느냐, 같이 먹는 부재료는 무엇이냐에 따라 맛과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또 고기를 굽는 배경이 어디냐, 식기는 무엇을 쓰느냐도 한 몫 한다. 세세한 디테일들이 고기를 먹는 ‘음식 문화’를 결정한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고기 소비에서도 프로슈머의 역할이 커졌다는 뜻도 된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과거에는 소비자는 생산자가 만든 상품을 그저 사서 쓰기만 했지만 현대 소비자들은 생산 과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한다. 고기의 경우도 음식점에서 내오는 대로 먹는 게 아니라 내 취향에 맞게 스스로 조리하고 또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프로듀서의 시대는 가고 프로슈머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생산자의 자문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이나 홍보 마케팅까지 맡기도 한다. 원래 프로슈머라는 말은 엘빈 토플러의 통찰에서 비롯됐다. 그는 1980년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경험을 생산하는 사람을 프로슈머라고 불렀다. 토플러가 예로 든 프로슈머는 자원 봉사, 자녀 양육, 각종 의료기기를 이용한 자가 진료 등이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한 행사에 연사로 나와 “K팝의 역사는 혁신”이라며 ‘K팝 산업은 이제 ’프로슈머‘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프로슈머들이 가공한 콘텐츠를 우리가 자유롭게 다 같이 공유하는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마침내 무한한 ’콘텐츠 유니버스‘가 만들어 질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의 성공 요인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한국 대중음악에 열광하게 된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프로슈머 숫자는 엄청나게 늘었다. 대중문화 역시 그 영향권 내에 있다. 대중문화 팬들이 2차 창작자로 활동하는 셈이다. 팬덤의 성격이 변했다고 보아 무방하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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