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 가요. 먼저 들어가세요".

코로나19 속 맞이한 세번째 명절인 추석 귀경 모습은 지난 설과 사뭇 달랐다. 지난 설 명절에는 감염증 탓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 발길이 뜸한 반면, 올 추석에는 백신 접종 등으로 전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는 귀경길에 오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추석 당일(21일) 오후 2시께 찾은 전주고속버스터미널. 식사를 마치고 막 버스를 타러 온 듯한 이들로 터미널 안은 모처럼 북적였다. 몇몇 방문객들의 손에 들린 꾸러미며 종이봉지에서는 연신 반찬통이 부딪히는 듯 달각달각 소리가 났다.

올해도 건물 안에서의 방역을 염두에 둔 듯, 터미널 바깥에 늘어선 차들에서는 한창 가족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은 ‘들어오지 마시라, 먼저 가겠다’며 남는 이들을 달래는 모습이 주가 됐다. 창문 밖으로 짐을 내주며, 행여 반찬통이 깨지거나 냄새가 새기라도 할까 “조심해서 가져가야 한다” 당부하는 가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휴기간 내내 고향, 혹은 관광지를 찾아 시간을 보내선지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온 이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우려한 것인 듯 이곳을 찾는 대부분 귀성객들은 배웅하는 가족들과 바깥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터미널 안쪽으로 함께 들어온 가족들도 짐만 옮겨줄 뿐 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날 터미널을 찾은 한 대학생은 “올 설에 올라갈 때는 꽤 한적했던 것 같은데 이번 추석에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어른들은 대부분 2차까지 맞으신 데다 학생들도 1차까지는 많이들 맞아서, 다들 어른들 성화 때문에 내려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찾은 전주역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합실에서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 옆에는 가족들이 정성껏 담아 준 음식꾸러미 따위 짐이 몇개 씩은 놓여있었다. 걱정이 되어 먼저 돌아간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듯 무사히 기차를 타기 전 사진을 찍어 보내는 이들의 모습도 몇몇 보였다.

가족들을 배웅하기 위해 역을 찾았다는 박모(70대)씨는 “손자를 데려다주러 나왔는데 잘 갈 걸 알아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올해는 온 가족이 다 모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 되어 손자 중에서는 한 명만 내려왔다 갔다. 다음에는 꼭 전부 모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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