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00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적 커피 소비 대국으로 떠올랐다.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커피 소비량은 국민 1인당 매일 한 잔 정도라고 한다. 처음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19세기 말에는 외국인이나 특별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커피를 즐긴다. 일부에서는 커피가 밥이나 김치보다 더 많이 소비되는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커피 문화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잔에 생각 밖으로 많은 게 담겨 있다는 것이다.

커피는 은은한 향과 쌉쌀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다양한 메뉴는 애호가들의 기호를 반영한다. 또 생두는 그 생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품종과 풍미가 다르다. 같은 원두라도 어떻게 가공 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커피 종류는 아주 많지만 보통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리베리카 정도다. 이중 아라비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커피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데 고급 품종이다. 상대적으로 신맛이 강하다. 반면 로부스타는 과거 우리가 즐겨 마셨던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다. 아라비카에 비해 맛이 거칠어 인기가 덜하다. 리베리카는 필리핀 등지에서 나는 데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은 거의 없다.

워낙 여러 나라에서 커피를 즐기다 보니 공급이 달리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환경이 나빠진 탓이라고 한다. 열대 고산지대 등이 생산 적지지만 온난화로 그 면적이 줄고 있다.

세계 1위 커피 소비국인 핀란드에서 최근 ‘배양 커피’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배양 커피는 커피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액이 가득 찬 반응기에 넣어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바이오매스를 건조 시킨 다음 로스팅하면 갈색의 커피 분말이 탄생한다. 비용도 저렴하고 맛은 아라비카 커피와 비슷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4년 후면 시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바이오 기술의 절정을 보는 것 같다. 싸고 맛과 향이 좋은 커피의 탄생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어딘지 떨떠름한 점도 있다. 청정한 자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라 제맛이 날지 의구심이 든다. 커피 한 잔에 담긴 문화의 향취도 덜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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