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대(皇華臺)는 전주 화산공원 능선인 기전대학 인근에 있는 너른 바위이다. 조선시대 이곳에서는 선비들이 모여서 시국을 논하거나 시문을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 요즘 표현으로 대표적인 공론의 장의 하나인 셈이다. 황화대 아래로 전주천이 사시사철 흐르며 전주 부중이 한 눈에 들어오니 시국을 논하기도 안성맞춤이요, 풍류를 즐기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4년 전 쯤 전라일보의 오피니언 란에 황화대를 두고 공론을 정상화하려고 한 바 있다.

황화대 란을 연 취지는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으로 오늘날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의제에 대해 공론을 일으켜 보자는 것이다. 필자는 언론인이자 공법 연구자로서 공론의 장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이라는 저술을 통해 이 같은 점을 설명한 바 있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주권자들이 활발하게 사상을 주고받고 주권을 형성하게 된다는 게 핵심 사상이다.

공론의 장은 황화대처럼 선비들이 모여서 사상을 주고받는 장소에서부터 시장과 광장, 거리 등 고전적 형태가 있다. 아울러 매체의 발달에 따라 신문과 저서,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현대적 형태가 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개국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시(神市)에서 시민 3천여 인이 모여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단군을 군장으로 추대했다. 이것이 우리 역사상 최초의 사상의 자유시장을 통한 주권 형성의 장이었다. 우리는 후대의 철학자, 언론학자들의 연구에서 형성된 사상의 자유시장을 개국 당시부터 경험한 것이다.

우리 전라북도는 2022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올바르게 공론을 형성하고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 국정과 지방행정을 맡겨야 한다. 그래서 공론의 장의 정상화와 활성화가 절실하다. 정상화를 얘기하는 것은 필자가 두루 사정을 살핀 결과 우리 도민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 상당 부분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도민은 주권자로서 국가의 주권 형성,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방선거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제도적인 공공 분야뿐 아니라 마을 등 공동체 단위에서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자는 뜻은 영국의 철학자 존 밀턴이 설파한 것처럼 바람이 부는 황야에서 진리와 허위가 싸우게 하면 진리가 반드시 허위를 이기게 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는 산업화 과정에서의 극단적 소외, 새만금개발 사업의 지지부진, 제3금융중심지 지정의 지연 등 여러 사정으로 개발에서 뒤처지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송하진 도정의 추진력으로 새만금개발 사업이 괄목할 만한 속도를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갈 길이 여전히 너무도 멀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우리 도민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의 공론을 통해서 올바르게 주권을 대리하고 행사할 자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전라북도는 마한과 백제, 후백제, 동학혁명, 민주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살려 우리의 주장을 당당히 해야 한다. 이 길이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정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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