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 클레이턴 포크는 구한말 미국 공사관에서 근무했던 해군무관이다. 그는 후일 대리공사까지 맡으며 대한제국과 미국 사이에서 꽤 많은 일을 했다. 그가 1884년 한반도를 여행하면서 쓴 일기는 여러 측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주에 위치한 전라감영을 방문한 11월10일부터 2박 3일간의 기록은 주목거리다.

포크는 전라감사 김성근의 환대를 받았다. 당시 중앙의 실권자 민영익의 후원을 받는 포크는 전라감영에서 매 끼니 진수성찬에 춤이 있는 연회 그리고 풍성한 선물을 받았다. 11월 10일 아침밥상은 그의 표현을 빌리면 ‘거대하고’‘어마어마’했다. 총 17가지에 달하는 음식에 청주까지 곁들인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밥상이었다. 쇠고기를 비롯해 고기 요리만 8가지에 달했고 젓갈과 콩나물 무침, 김치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나왔다.

이 장면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게 바로 전라감영의 호사스러움이다. 당시 전라감영은 오늘날의 전남북과 광주, 제주를 모두 관할 했다. 그러니 ‘작은 왕국’이라 부를만 했다. 수장인 감사는 종2품으로 높은 지위에 있었고 행정권은 물론 사법권과 군사권까지 쥐고 있었다. 

포크의 사례에서 보듯 전라감사는 작은 왕국의 왕처럼 군림했다. 관할 구역 내 수령들은 앞다퉈 감사에게 충성했다, 관리들에 대한 규찰과 인사고과를 매기는 권한을 감사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휘하에는 다수 관리와 군인, 아전, 기생, 노비 등이 있어서 감사의 명령을 받들었다. 감사에게는 부와 명예, 권력이 집중돼 조정의 고관대작이 결코 부럽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이 다음 달 2일 전라감영에서 전라감사의 하루를 체험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전라감사 업무 인수인계식 및 연명의례 재현 행사를 비롯해 감사 취임식 축하공연 관람, 활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라감영이라는 역사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관광 퐐성화는 물론 전주 시민들의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 고취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라감영과 그와 관련된 기록, 유물들은 그 가치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문화재다. 특히 최고 지방관인 감사의 직무 내용과 감영 문화는 반드시 오늘에 되살려야 할 부분이다. 이런 체험행사나 세미나 등 학술적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아시아의 문화 심장터를 자부하는 전주시로서는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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