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술의 역사를 대략 4000년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에 본격적으로 술이 등장한 것은 이른바 ‘주지육림’ 고사다. 기원전 2000년 경 상나라 폭군 주왕이 술로 연못을 만들고 그 주위에 말린 고기로 숲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사기 은본기에 나오는데 미녀 달기에 빠진 주왕이 술과 여자를 즐기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역사가 길고 또 사람도 많은 중국이니만치 술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당나라 때 시선 이태백과 시성 두보의 술 사랑도 유명하다. 이태백은 ‘술 한 말에 시 백편’이라고 왕 앞에서 당당히 말해 좋은 술을 마음껏 얻어먹었고 두보는 자신의 관복을 저당 잡히고 술을 외상으로 마실 정도였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주현이라 불리는데 스스로 술을 담가 먹었다. 그의 술 제조법은 주경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중국 문학사에서 술을 빼고 시를 논하기 어렵다.

술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중국술의 종류는 4천5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크게 분류하면 색깔에 따라 백주와 황주로 나뉜다. 백주는 수수 등 곡물로 밑술을 빚거나 발효해 이를 증류해 얻는다. 맑고 투명하다고 해서 백주다. 중국술의 80% 가량이 백주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빼갈 혹은 고량주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제일 약한 도수가 32도이고 최고로는 70도까지 올라가는 독주다.

황주는 주로 쌀을 원료로 발효한 후 밑술을 뽑고 이를 장기 숙성해 만드는 양조주다. 청주나 일본 사케와 같은 주조방식이다. 색이 다소 탁한 적황색이어서 황주라고 부른다. 증류가 아니고 바로 거칠게 내린 술이어서 영양 성분이 풍부한 술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향기증진 고량주’가 작년 말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팅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중국산 ‘연태고량주’를 눌렀다. 큰 점수 차이는 아니지만 중국 유명 브랜드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농진청은 국산 수수 소비량을 늘리고 중국산에 의존하는 고량주를 국산으로 대체하자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식품 과학기술 수준은 이미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K-food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고량주가 중국산을 능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앞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세계 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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