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국제정치에서 국력은 하드 파워 중심이었다. 인구수와 국토 크기를 비롯해 경제력, 군사력이 국가 능력을 재는 기준이었다. 이 틀을 바꾼 사람은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다. 그는 1990년대 초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를 썼다. 소프트 파워는 하드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개개인의 정신적 가치관, 문화, 외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이는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명령 대신 매력과 자발적 동의를 통해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소프트 파워란 용어는 그 뒤 국제정치를 논할 때 자주 등장했다. 하나의 학술 용어 지위를 얻었고 나아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도 널리 쓰였다. 특히 대중들은 문화력이 갖는 소프트 파워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이 지점에서 상기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책 ‘백범일지’에서 문화력을 강조했다.

“우리의 부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선으로 보아도 탁견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에서 쓴 글이니 무려 70년이 넘었음에도 나이 교수의 주장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의 소원대로 한국은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소프트 파워 랭킹에서 한국은 10위권을 넘나든다. 모노클의 조사에서는 세계 2위에 오른 적도 있다.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K-팝, K-푸드, K-무비, K-뷰티 등으로 한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소프트 파워 개념을 처음 제시한 조지프 나이 교수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 성공은 물론 활기찬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적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성공 스토리’라고 불렀다. 그는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에 매료되고 있는 젊은 층에 극도로 중요해질 기후나 전염병 대유행을 (아젠다에) 포함한다면 이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뿌듯한 느낌이다. 김구 선생이 그렇게 염원한 문화국가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솟는다. 이제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한국 소프트 파워의 활용과 확장을 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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