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산 동쪽(201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읍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1930년대부터 2010년대 제작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전시다. 

산수화부터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근대 서양화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한 작가들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빼어난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이 닿는 작품이 있는데, 우리나라 추상화가 1세대라 불리는 김병기(1916~) 화백의 ‘산 동쪽(2018년作)’이다.

붓글씨 같은 모양의 선이 인상적인 ‘산 동쪽’은 해석의 여지가 짙은 작품으로 꼽힌다. 

실제 김병기 화백도 ‘산 동쪽’을 세상에 처음 공개할 당시 “담벼락 같은 그림은 사실은 선이지만, 때론 면도 되는 셈”이라고 밝히며 “제 작업은 추상을 넘고 오브제를 거쳐 원초적인 수공업 상태에 도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 동쪽을 포함해 2010년대 후반 선보인 김병기 화백의 작품은 마스킹테이프를 붙여 만든 선으로 공간을 분할한다. 

이를 통해 자연을 추상화하고 공간 해석의 지평을 넓혀간다. 

공간의 분할을 가로지르는 필선의 움직임은 선 자체의 촉각성을 강조하면서 공간 아래쪽의 삼각형, 사각형 등 도형과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몬드리안을 따르면서도 여백 그리고 한민족의 오방색을 활용한 전통회화의 정신을 화면에 담아내 추상미술의 자료로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센 강은 흐르고(1992년作)’는 표현주의적인 성향이 농후하다는 특징이 있다. 

유럽 여행 이후 파리에서의 체험을 화폭에 옮긴 ‘센 강은 흐르고’는 이전의 정적이고 추상적인 작품 경향에서 벗어나 예술적 확장을 시도한다. 

1956년作 ‘가로수’는 한국 현대 미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시기, 초기 한국 추상화의 단면과 화풍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당시 화풍은 서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색채에 중점을 둔 앵포르멜적인 요소가 강했다. 그러나 ‘가로수’는 기하학적인 화면구성 대상을 주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이중섭과 초등학교 동창이자, 김환기, 길진섭 등과 함께 미술활동을 시작한 김병기 화백은 일본 추상미술의 전위에서 활약하며 한국에 추상미술을 소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해 106세를 맞은 김병기 회가. 그의 예술활동은 현재 진행중으로 한국 추상미술의 뼈대가 된 그의 작품 3점은 정읍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아름다운 순간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는 12월12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관람은 현장접수 및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 관람에 대한 문의는 정읍시립미술관(063-539-5178)으로 하면 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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