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전북에서 작은 학교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교육통계로 보면, 전북의 초등학교 총 421개교 중 학생수 30명 이하의 학교는 93개교(22.1%), 31명-60명 이하의 학교는 103개교(24.5%)이다. 전체 초등학교의 46.6%가 60명 이하이다. 중학교의 경우 총 210개교 중 학생수 100명 이하의 학교가 98개교(46.7%)이고, 3학급 이하의 학교가 70개교(33.3%)이다. 전북에 작은 학교의 비율이 매우 높음을 통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오랜 시간동안 지역사회에서 핵심적인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으나, 지역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인하여 작은 학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 소멸의 우려가 실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래에도 작은 학교의 학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작은 학교, 특히 너무 작은 학교의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사회적 기능을 떠나 공부하는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서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 기능이 상실되어가고 있으나, 지역사회, 학부모나 교육행정가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회피하면서 작은 학교들을 통합하는데 매우 소극적으로 임해오고 있다.

학교의 가장 소중한 기능은 문화적 기능이나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지역정체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건강한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능력을 신장시켜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수보다 전교 학생 수가 적거나 학급당 학생 수가 너덧 명 이하인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서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성을 기르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력도 지극히 낮은 경향을 보이면서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성공한 학습경험을 갖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작은 학교의 학생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사회적 열패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듯 순수하게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작은 학교는 너무도 아름답지 않다. 학교를 문 닫지 않았다는 어른들이나 교육행정가들의 자기위안만이 있을 뿐이다. 전북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이 자기 임기 때에 학교 통합을 하지 않았다는 자조 섞인 자기만족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건강한 사회성을 기르고 적절한 경쟁력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최소 9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학생 수가 3명으로 구성된 3모듬 정도는 되어야,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발표, 과제, 평가 등을 통하여 적절한 경쟁을 경험함으로써 사회적 역량과 지적 역량을 기를 수 있다. 너무 작은 학교를 다님으로써 사회성과 지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정글 같은 학교 밖의 사회에서 살아갈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중등학교에서는 학교교육과정을 무학년제로 운영하여 적정한 학생 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학급 학생 수를 20~30명 정도 갖추어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면 학생들의 사회성을 더욱 잘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적정 수의 학생들을 확보하여 융합 프로젝트 학습 등의 다양한 학습경험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고양시킬 수 있다.

이제 너무 작은 학교는 아름답지 않다. 너무 작은 학교는 우리가 사랑하는 학생들이 어릴 적부터 자신이 가진 잠재적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아실현의 기회를 상실시킨다. 학생들이 가진 무한한 잠재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작은 학교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의 유연화를 통하여 작은 학교의 학생들이 자신들이 가진 무한한 역량을 신장시켜 미래의 행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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