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 증후군’이라는 제스 로덴버그의 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브리라는 16세 소녀. 그녀는 평소 좋아하던 남자 친구 제이컵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이 장면에 대해 나중에 이렇게 회상한다. ‘그날 저녁 테이블 맞은편에서 제이컵이 했던 잔인한 말이 내 심장을 찢어발겨놓은 거야. 인류 언어 역사상 최악의 문장.’

결국 브리는 심장이 부서져 죽고 천국으로 가서 옛사랑 패트릭을 만난다. 이후 이승으로 돌아온 브리는 제이콥에게 복수하지만 그 안에 많은 오해가 있음을 안다. 브리는 제이콥을 다시 살리고 패트릭과 함께 천국으로 돌아온다.

소설 제목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은 실제로 존재하는 병이다. 배우자 · 자녀의 죽음 혹은 불화, 실직, 공포, 분노 등 정신적 스트레스나 수술, 천식,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증세는 가슴을 쮜어짜는 듯한 통증과 호흡 곤란, 메스꺼움 등이다. 심근 경색과 아주 흡사한 증상이다. 이는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심장 좌심실이 일시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데서 비롯된다. 보통은 수개월 내에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죽음을 맞기도 한다.

소설 주인공이 죽은 것도 이 상심 증후군으로 심장이 부서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질병은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자주 발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는 7배 더 많이 앓는다. 또 일본의 한신 대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처럼 대규모 재난지역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이 병을 타코츠보(문어 항아리)로 이름붙이고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미국 세다수-시나이 메디컬 센터의 수전 청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이 상심증후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50세 이상 여성들에게서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3만5천여 건이 발생했고 전체 환자의 88%가 여성이라고 한다. 특히 50-74세 여성이 다수였다. 연구팀은 왜 중년 내지 노년 여성들에게서 이 질병이 많이 나타나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마음의 문제다. 위 연구 결과는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즉 상심 증후군은 마음과 몸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나름의 관리 방법을 찾는 게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명상 습관처럼 크게 어렵지 않은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를 실천해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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