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있다. ‘예기’의 단궁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그 구절을 우리말로 옮기면 ‘음악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즐기며, 예란 그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옛사람이 말하길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하는 것이 인(仁)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짐승도 죽을 때는 자기 고향을 찾는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느냐는 것이다. 사람을 사무치게 하는 향수(鄕愁)를 잘 말하고 있다.

이 구절의 배경에는 강태공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강상이 등장한다. 그는 위수가에서 10년을 낚시만 하다가 주나라 창을 만나 그의 신하가 된다. 이후 빼어난 용병술과 책략으로 대활약을 한다. 결국 주나라는 폭정을 일삼던 은나라를 멸하고 천하를 통일한다. 강태공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나라 왕으로 봉해졌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고향인 주나라 호경 땅에 묻히기를 원했다. 이후 강태공은 물론 5대손까지 고향 땅에서 장사를 지냈다.

사람만 고향을 그리워하고 찾는 것은 아니다. 어류 중에서도 모천으로 회귀하는 종들이 적지 않다. 연어는 잘 알려진 경우고 황어, 은어, 뱀장어 등도 모두 죽기 전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온다. 이는 본능이다.  

이 향수를 잘 활용한 정책이 ‘고향세’다. 일본이 2008년 ‘고향(후루사토) 납세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대강은 출향 인사 등 개인이 현재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주는 것이다. 작년 실적이 우리 돈으로 7조 원을 훌쩍 넘겼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오다가 올 9월28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놓고 지자체들이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무엇보다도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들에게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에 들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와 지자체 재정에도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 판촉과 홍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시민들 역시 기부라는 좋은 일도 하고 애향심도 발휘할 수 있는 데다 경제적으로도 과히 손해 보는 일이 아니어서 반기는 모습이다.

지금 우리의 고향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밀려 인구는 급감하고 세수도 날로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행안부 발표에 의하면 소멸위기에 놓인 시군구가 전국적으로 무려 89곳에 달한다고 한다. 고향세는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도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지자체들은 지금부터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분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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