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수 국제미작연구소 국외상주연구원

최근 폭염, 폭설,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도 이미 기후 온난화의 파도 속에 있다.
일일 최고 기온이 섭씨 33℃ 이상인 폭염 일수는 밀양과 광주 기준으로 과거(’09∼’13년) 각각 141일과 86일이었으나, 최근(’14∼’18년)에는 각각 160일과 125일로 늘어났다.

실제로 벼에서는 고온 불임, 등숙 불량 또는 수발아(장시간의 비로 논에서 벼 낟알이 오랫동안 젖어 싹이 트는 현상, 수발아된 벼는 식용으로 부적합) 등의 피해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크게 태양 활동, 화산 등의 자연적 요인과 인간의 각종 활동에 따른 인위적 요인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온실효과의 주된 요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경우 발생량의 95% 이상이 육지나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나머지는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다.
인간활동에 따른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 대한 농업분야의 배출량 비율은 2014년 기준 24%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 대한 농업 분야의 배출량 비율은 2017년 기준 2.9% 정도로 세계 평균보다 낮고, 연간 증가율도 벼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 지구적 기후변화 상황에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동시에 인류에게 주어진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아끼고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분야도 세계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세계는 인구 증가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업분야가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과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농업기술에는 기후변화 환경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기후변화 적응기술과, 농업활동에 따른 배출가스 발생을 줄이는 기후변화 완화기술이 있다.

기후변화 적응기술은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기상재해 및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 품종개발 등이 있으며 농가소득과 직접적인 관련이 높아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실제로 농업 현장에 잘 적용도 되고 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완화기술은 적응기술과 비교하면 기술보급이 덜 되는 실정이다.

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작물이고 산소 발생, 홍수 예방 등 환경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작물이지만, 논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박테리아가 발생하는 메탄가스 발생량이 밭에서 자라는 작물보다 높다.
벼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메탄가스 배출 저감 기술은 논 물 걸러대기 기술과 생육기간이 짧은 벼 재배 등을 들 수 있다.

농업인이 벼 생산과정에서 논물 걸러대기 기술 등의 배출가스 저감 농법을 널리 이용하지 않는 원인은 노동력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거나, 수량이 감소하여 소득이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에서 배출가스 저감 기술을 기피하는 세계적 추세와 관련하여, FAO는 충분한 식량생산과 농업분야 배출가스 절감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강화’라는 현실적인 개념의 농업생산 시스템을 제안하여 국제 농업연구기관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이는 주어진 토지에서 농업생산을 증가시키면 농지 확장을 줄이고 식량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된 작물의 총량이 늘어나므로 생산물의 무게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논 이용 ‘지속가능한 강화’ 개념을 활용한 배출가스 저감 작물생산의 대표적인 기술은 벼 기반 다모작 작부체계이다.

논에서 벼와 밀을 결합한 이모작 또는 사료작물, 채소 등 다양한 작물을 적용한 3모작을 하는 것이 단위면적당 생산성과 소득도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생산된 작물의 수량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영세한 경영 규모, 농업인구의 고령화, 기후변화 등의 어려움 속에서 온실가스 발생까지 줄여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앞으로 논을 이용하여 다양한 식량형, 소득형 또는 사료용 작물과 조합된 벼 기반 다모작 작부체계를 개발하고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단위면적당 소득을 높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같이 줄이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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