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은 산, 들, 바다 전체를 아우르며 다양한 자연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다. 코로나 이후 안전한 생태 여행지로도 주목받으며 고창을 향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고창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질마재 따라 100리길 4코스’를 걸어보자. ‘질마재가 어디일까’ 익숙한 그 지명이 궁금해서 찾아본다면 미당 서정주 시인이 살던 선운리에서 바다로 이어진 길이라고 한다. 소금을 팔기 위해 옛길을 걸어온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길. 선운사의 정취와 함께 유네스코가 인정한 고창 갯벌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질마재 따라 100리길’ 4코스의 여정을 소개해본다.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풍요로운 그 길에서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고창에는 질마재길이 있다. 총 4코스로 나누어진 ‘고창 고인돌과 질마재 100리길’은 모두 완주하려면 43.7km정도 되는 거리라 한 번에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중 한 코스만 제대로 돌아도 그날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길마다 특색이 있고, 곳곳에 눈길 사로잡는 풍경들이 가득하다.
걷기 좋은 여행길로 전국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는 4코스 보은길(소금길)을 걷기 위해 선운사부터 시작한다. 총 19.8km로 제대로 걸으면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꽤 긴 코스이다. 선선한 가을날 걸으면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선운사의 정취와 탁 트인 서해바다의 풍경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여행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4코스를 왜 보은길이라 부르는지 궁금해지는 순간. 선운사 창건자 검단선사가 도적들에게 소금을 얻는 기술을 알려주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매년 이 길을 걸어 선운사에 소금 공양을 하러 왔다는 역사 속 이야기가 있다. 질마재길을 걷다보면 소금을 굽던 벌막의 흔적이 남아있고, 소금 전시관도 나온다.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선운사의 가을
아름다운 동백숲, 붉은 꽃무릇 군락지로도 잘 알려진 선운사. 계절마다 꽃을 보기 위해 찾았던 선운사가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가을로 물드는 순간을 코앞에 두고 급히 나선 길이라 어쩐지 아쉬운 건 왜일까? 붉은 꽃도 단풍도 없이 녹음만 짙어 가지만 그래도 좋은 건 여전하다.
남쪽 동백꽃이 다 지고 4월 하순에야 핀다는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다가 헛걸음한 스물여덟의 미당 서정주 시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시 한 구절이 생각나는 선운사에서 도솔천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보자.
▲선운사 더 깊은 곳으로, 도솔암~소리재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약 3.2km 남짓 천천히 걷다 보면 금방이다. 도솔암 쉼터에서 발도장을 찍고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진흥굴을 만나게 된다.
길을 따라 걷다가 거대한 마애불 앞에서 잠시 멈춰 서보자. 높이 17m정도의 이 마애불은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보물 제1200호)이다. 산길을 오르다 오르다 이제는 ‘등산을 왔구나’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군가 걷던 길을 열심히 찾아 헤매며 소리재를 지나 개이빨산을 거쳐 마을로 나가본다.
▲사계절 다른 매력, 고창 갯벌의 특별함
갯벌 쪽으로 한참을 걷다 보니, ‘정말 갯벌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적한 농촌 들녘에 바다라니. 그런 생각 들 수도 있겠다. 그 길 끝에서 마주한 갯벌은 어느 바다 풍경보다도 좋다. 늘 파란 바닷물만 떠오르던 저에게 갯벌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길이다. 아무도 없던 갯벌 마을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온 세상이 제 것인 것처럼 풍족하다. 탁 트인 갯벌을 이렇게 오롯이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라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이다. 저 멀리 보이는 변산반도의 곡선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이렇게 쭉 걸을 수 있다면 부안도 금방이겠구나 싶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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