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생태문명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생태문명 선도비전 선포에 이어 7월에는 「생태문명 선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또 지난 3일에는 도청 대회의실에서 생태문명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생태문명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업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송하진 지사는 기조연설에서 문명의 흐름이 농업문명-산업문명-생태문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들고 생태문명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사람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미래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태문명 구축사업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전라북도가 선도적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서 큰 성과라고 여겨진다. 

조례에 규정된 사항을 근거로 구체적으로 살피면 생태문명은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등을 극복하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말한다. 생태문명의 실천은 도민이 일상생활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가치 제고 등 생태문명을 확산·이행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전라북도는 청정전북, 도농상생, 그린에너지, 생활인프라, 먹거리 등 5대 전환분야를 선정하고, 14개 시·군별로 대표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12월까지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그러나 공동체 문제를 연구하는 교수 등 전문가들은 생태문명 전략이 숲과 습지 등 기반시설 조성과 힐링센터, 휴양도시 건설 등 시설사업에 편중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마을가꾸기가 마을 안길 조성과 공동시설 건설 등 시설 위주로 이뤄졌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생태를 지키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려면, 물질문명뿐 아니라 정신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생태문명 개념과 예시되는 사업들 속에서는 정신문화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동체 문화가 실종된 상태에서의 생태문명 추구는 인간의 혼을 버려둔 채 자칫 형해화되는 구조물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이다. 생태문명을 추구해야 하는 그 원인이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라고 한다면, 물질의 개벽으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는다면, 보다 근본적으로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의 개벽은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생태문명을 이룩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신문화의 핵심은 공동체를 유지해온 인간으로서 따뜻한 정과 농악·줄다리기·기절놀이 등 마을굿으로 대표되는 공동체 문화이다. 마을을 지키며 이웃 간에 끈끈한 정을 나누고 더불어 함께 신명나게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 문화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마을공동체 문화는 마을굿의 주인공인 두레꾼들이 이어오고 있다. 동계와 향약의 주인공들과 성격이 비슷하며 향도(鄕徒)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두레꾼이 함께 노동을 하고 함께 음주가무하며 민속놀이 등 마을굿을 연행하고 있다. 생태문명을 선도하는 전라북도의 선견지명에 한 가지 지혜를 덧붙인다면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게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와 민속, 철학, 종교 등 인문학적 접근이 전라북도 생태문명을 생태문화 세계 중심지로 도약시킬 것이다.

고인돌과 청동기, 철기문화를 얘기하며, 수렵과 농경문화로부터 유래한 문화를 이어받고 지키는 과정에서 공동체 문화는 되살아날 것이다. 김제, 만경, 새만금으로 펼쳐지는 호남평야에서 탄소와 수소, 바이오 메디컬, 금융산업 등 첨단산업을 일으킬 방안을 세울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의 정신문화를 얘기하며 철학과 종교를 논할 수 있다. 거듭 생태문명의 화두를 생태문화로 도약시키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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