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없어요. 저 진짜 어제 마셨다니까요”.

지난 12일 오후 10시 25분께 전주시 삼천동 꽃밭정이 네거리 인근 음주단속현장.

멀리서부터 음주 단속 현장을 보고 멈칫거리며 좀처럼 다가오지 못하길 반복하던 한 차량이 단속 경찰관 앞에 섰다. 머뭇거리던 수상한 모습을 포착한 단속반은 앞선 차량에게 양해를 구해 길목을 차단하고 감지기를 내밀었다. 알코올을 감지한 감지기가 빨간 색 불빛을 반짝이며 경고음을 내자, 운전자는 ‘저 술 안 마셨어요’라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차량을 옮긴 뒤 행여 오류일까 다시 한 번 감지기를 불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단속 경찰관은 “안 드셨다면 감지기가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기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경찰의 추궁에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다’던 이 남성의 변명은 곧 ‘사실 어제 마셨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후’ 음주 측정기를 불자 나온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5%.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어제 마셔도 결과가 나오느냐”며 “오늘은 마신 적 없다, 이런(술을 마셨다는)결과가 나올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단속 경찰관은 “어제 마셨다고 하더라도 늦은 새벽까지 밤을 새 마셨다면 알코올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한편, “수치에 납득하기 어렵다면 인근 병원을 찾아 채혈을 해 재검사하는 방법도 있다”며 “하지만 이 경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받아들이셔야한다”고 안내했다.

이 운전자는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오늘 6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이보다 앞선 10시 20분께에도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던 한 남성이 경찰 단속에 적발되는 등, 이날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 현장에서는 총 2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인근을 통행하는 차량들이 줄어들면서 단속반은 장소를 옮겨 단속을 이어갔다.

이날 단속을 담당한 전주완산경찰서 한상득 팀장은 “이처럼 여전히 음주 운전은 성행하고 있고, 부정하거나 도망을 시도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한 잔을 마셔도 음주운전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북경찰은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과 더불어 연말연시를 앞두고 각종 모임이나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자칫 음주운전도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전개한다.

이번 음주단속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추진기간 첫날인 오는 15일에는 각 경찰서 및 고속도로순찰대에서 일제단속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유흥가와 식당가 등 지역별 음주운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단속 시간과 장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단속을 진행하는 한편, 심야‧새벽‧주간에도 단속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 맞춤형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전광훈 전북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행되고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더욱 엄중한 단속을 전개할 방침”이라며 “음주운전은 중대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안전운전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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