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의 어항서 보리맥주 거리로 ‘환골탈태’

<11. 군산 째보선창> 최병호 기자l승인2021.11.16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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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팔고 사는 사람으로 북적였던 군산 째보선창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 ‘아리랑’에서 소개된 군산의 ‘째보선창’은 활어의 어판장으로 생선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부둣가였다.
예전 이곳의 지명은 죽성포구. 포구를 중심으로 큰 대나무밭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숲이 마치 성(城)과 같이 마을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죽성(竹城)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는 군산의 주요 포구 가운데 하나였다.

죽성포구가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조선시대에 편찬된 ‘옥구 군지’이다. 당시 포구의 위치는 옛 해안 파출소 자리에 있던 돌산 기슭이었다고 한다. 돌산 기슭에는 현재 둔율동 성당의 인근 산에서 흘러 내려온 개천물과 팔마산 기슭을 돌아 대명동 구시장을 지난 물이 서로 만나 죽성 포구로 모여들었다. 물과 강이 만나는 자리에 널찍한 만이 형성돼 배의 접안이 쉽고 돌산으로 인해 해풍을 피할 수 있는 장점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구가 형성됐다.

일설에 따르면 이곳에 살던 째보(언청이) 객주가 포구의 상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째보선창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도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어판장이 들어서면서 동부 어판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복개공사로 째보처럼 움푹 파여 있는 선창은 볼 수는 없을뿐만 아니라 포구와 어판장 기능이 대부분 상실했다.

째보선창은 1930년을 전후 해안 매립공사가 끝나고 포구에 어항 기능 시설이 갖춰지는 시기에 회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포구가 언청이처럼 ‘Y’자로 갈려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으며 종합 어시장 신축과 산업도로(해망로)확장공사로 1978년 매립됐다. 수협 위판장 부지를 제외한 매립지가 지금의 공용주차장이다. 복개 전에는 소설 ‘탁류’의 기념 빗돌이 세워진 곳까지 바닷물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식 항구인 군산내항이 들어서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 앞에 속절없이 시들어간 선창이다.

◇수협창고 리모델링(군산 째보스토리 1899)
이러한 곳이 지금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군산시 중앙동 일원(째보선창부터 신영시장까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지난 2017년 12월에 선정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수협 창고와 어판장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군산 째보스토리 1899’로 탈바꿈했다.
‘군산째보스토리1899’는 군산 개항의 해인 1899년부터 이곳 째보선창의 이야기를 담고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3층 구조로 이뤄진 ‘군산 째보스토리 1899’는 부처 협업사업으로 1층은 농촌지원과와 협업한 ‘군산 비어포트’. 이곳에서는 전국 최초 군산 맥아 수제맥주 양조를 비롯해 시음장과 수제맥주 4개 업체가 입주해 12월 초 문을 열 계획이다. 2층과 3층은 문화예술과와 협업으로 (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고, 2층 사무실에 6개의 스타트업기업이 입주해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옛날 수협창고는 어판장과 사무실, 선구점, 어구 창고로 사용했으나 수변가 일대 침체와 갯벌의 퇴적으로 배를 접안 할 수 없게 돼 기능을 상실한 뒤 흉물스럽게 변하면서 도시의 쇠퇴 원인이 됐다. 다행히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리모델링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지역활성화 닻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북최초 도시재생형 예비마을 째보선창협동조합
군산시 중앙동 도시재생뉴딜사업(중심시가지형)과 함께 결성된 주민공동체 ‘째보선창 번영회’. 지난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뒤 ‘군산째보스토리1899’ 1층에 수제맥주양조장 유치를 시작으로 맥아박을 활용한 재활용 맥아박 에너지바 아이디어를 수용해 2020년 5월부터 지속적인 아이디어 공유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맥아박을 활용한 에너지바를 제조하는 마을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마을기업 째보선창은 주민들의 공동체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적극적인 경제활동, 청년들의 유입으로 젊고 생동감 있는 째보선창으로 재생하는 데 이바지를 하고 있다.

예비마을기업 째보선창은 시제품인 ‘째보선창 할매 맥아박 강정’을 전문가들의 제품 컨설팅과 교육을 통해 더 맛있고 건강한 제품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창출하고 있다.

◇21세기 군산 째보선창의 변신을 주도한 사람들
쇠퇴의 길을 걷던 군산 째보선창 변신을 주도한 인물들이 있다.
‘군산째보스토리1899’에서 수제맥주 양조와 시음장을 운영하는 4개 업체 가운데 하나인 (유)지쓰리(G3) 운영자들.

이 회사 진정석 대표와 공동 운영자 2명의 인연은 남다르다. 군산 원도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군산관광 상품 개발을 하고 관광객들에게 소개할만한 제품을 찾던 중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군산 흰찰쌀보리로 독특한 수제맥주를 개발해 선을 보였다. 물론 이들이 여기까지 올 때까지는 군산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컸다. 이들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수제맥주 과정을 이수하고 관광객들이 찾던 수제맥주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하면서 느꼈던 당일치기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빨리 파악해 군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 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공장과 매장 설립 등은 적은 자본으로 쉽지는 않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째보선창 옛 수협창고를 개조해 수제맥주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군산 수제맥주는 비로소 이들의 운명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진정석 지쓰리(G3) 대표는 군산시에서 수제맥주에 지속적인 투자계획이 있는 만큼 군산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맥주가 향후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당찬 예상도 하고 있다. 회사 이름도 이들의 군산 사랑 척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쓰리(G3)의 의미는 다양하다고 한다.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자란 사이에서 따온 ‘Gunsan 3 Men’(군산 출신 세 남자라는 의미), 여기에 Good Beer, Great Food, Gorgeous Place(맛있는 맥주, 멋진 음식, 환상적인 장소) 등이다.
이들의 열정은 2021년 12월은 21세기 군산 째보선창의 새로운 변신의 날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최병호기자·hoya0276@
 

 

 

 

 


최병호 기자  cbh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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